국제

“코인거래액 84% 급증에도 가격 역주행”…글로벌 위험회피 확산에 가상자산 조정 심화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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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15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전반을 향한 회피 심리가 강해지는 가운데 한국(Korea)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 거래대금이 80% 넘게 늘어나는 이례적 장세가 연출됐다. 거래는 급증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XRP, 도지코인, 파이코인 등 주요 코인이 일제히 하락하며 가격 조정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USA)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 불확실성과 뉴욕증시의 인공지능(AI) 투자 회의론이 맞물리며 글로벌 위험회피 흐름이 가상자산 시장까지 번진 모습이다.

 

코인마켓캡 자료를 보면 12월 16일 오전 7시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한국 내 주요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3조 3,9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일보다 1조 5,458억원 늘며 83.8% 급증한 수치다. 거래소별로는 업비트가 2조 1,854억원으로 비중 64.4%를 차지했고, 빗썸이 1조 442억원, 코인원이 1,269억원, 코빗이 347억원을 기록했다. 급격한 가격 변동 속에서 추격 매수와 손절 매도가 동시에 쏟아지며 회전율이 높아진 장세로 분석된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톱스타뉴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톱스타뉴스)

종목별로는 업비트 기준 리플 XRP가 4,149억원으로 가장 많은 거래대금을 기록했으나, 가격은 2,821원으로 전일 대비 4.70%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3,117억원이 거래되는 동안 1억 2,863만원까지 밀리며 2.40% 내렸고, 이더리움은 2,943억원 거래 속에 439만9,000원으로 3.87% 하락했다. 도지코인은 572억원이 거래되며 192원으로 4.48% 떨어졌고, 파이코인도 코인마켓캡 기준 292.7원으로 1.11% 내렸다. 거래 상위권에 오른 코인들이 모두 약세를 보인 점에서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우위를 점한 분배 국면으로 해석된다.

 

시가총액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약 2,527조원 규모로 글로벌 1위를 유지했고, 이더리움과 스테이블코인 테더, 비앤비(BNB), 리플 XRP가 뒤를 이었다. 다만 코인힐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기준 비트코인 거래를 뒷받침한 국가통화 비중에서 달러화는 49.6%를 기록해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원화 비중은 18.6% 수준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기준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 시장 역시 글로벌 흐름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구조가 재확인된 셈이다.

 

최근 한 달간 주요 코인 가격 흐름을 보면, 변동성 확대와 함께 점진적 조정 양상이 두드러진다. 비트코인은 10월 말 고점 형성 이후 11월 중순 급락을 거친 뒤 12월 초 반등을 시도했으나, 다시 매도 공세를 받으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비트 기준 12월 15일 비트코인 가격은 1억 2,872만원으로 전일 대비 2.33% 하락해 최근 50일 최저권에 근접했다. 이더리움도 10월 말 600만원대를 기록한 뒤 11월 410만원대까지 밀렸다가 반등했지만, 12월 중순 다시 440만원선으로 후퇴했다.

 

알트코인도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 도지코인은 10월 말 297원 고점을 찍은 뒤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12월 15일 193원으로 50일 최저가를 경신했다. 리플 XRP도 같은 날 2,825원까지 내려앉으며 10월 말 고점 대비 낙폭을 키웠다. 파이코인 역시 단기 반등에 실패하고 약세 구간에 머물러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험회피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연합뉴스가 전한 바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15일(현지시간) AI 산업을 둘러싼 회의적 시각이 이어지며 하락세로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반발 매수가 유입됐지만, 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다시 쏟아지면서 나스닥 지수가 낙폭을 키웠다. 브로드컴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빅테크 종목이 약세를 이어가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AI에 대한 과열 인식과 실적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는 구도가 가상자산 등 고위험 자산에도 부담으로 전이된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연준 의장 인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후보군에서 멀어지고,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상태다. CME 페드워치 툴 기준 내년 1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75% 이상으로 반영됐지만, 그 이후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도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뉴욕·유럽(Europe) 증시 조정 국면과 동조화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관찰되는 거래대금 급증이 신규 자금 대거 유입보다는 기존 투자자의 매매 회전율 상승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단기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약화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당분간 가격 등락 폭이 확대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각국 금융당국과 규제 논의도 가상자산 시장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USA)과 유럽연합(EU)은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규제, 자금세탁 방지 의무 강화 등 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아시아 주요국 역시 규제 틀을 재정비하는 과정에 있다. 글로벌 규제 명확성이 장기적으로는 제도권 편입을 통해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규제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 주요 매체들도 최근 가상자산 시장 조정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지들은 AI와 반도체 주식에서 시작된 투자 심리 냉각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도하고 있고, 유럽 언론도 달러 강세와 미국 통화정책의 향배가 가상자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력을 부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기보다 여전히 고위험 투기자산으로 인식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변동성 관리가 투자자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한다.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 1억 2,700만~1억 3,000만원, 이더리움 430만~460만원 구간에서 지지선이 유지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구간이 무너질 경우 추가 조정과 레버리지 거래 청산 가능성에 대비한 비중 조정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반대로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찾고, 거래대금 증가가 가격 반등으로 전환될 경우 시가총액 상위 코인 위주의 제한적 반등 시나리오도 열려 있다는 진단이다.

 

중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연준 정책과 AI를 둘러싼 기술·실적 사이클, 규제 환경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분할 매수·매도 전략을 유지하는 접근이 제시된다. 글로벌 위험회피 정서가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레버리지 비중 축소와 손실 허용 한도 설정 등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국제사회는 가상자산 시장이 거시 변수 충격 속에서 어떤 방향성으로 재평가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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