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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 철통 유지"…미국, 대북 압박 속 한미 동맹 연속성 강조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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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를 둘러싼 북미 대립과 인도·태평양 전략 경쟁 속에서 미국과 한국이 동맹의 연속성을 재확인했다. 미국 국무부는 한미 간 안보 공조와 대북 압박 기조를 강조하면서도, 조선과 반도체 등 핵심 산업 협력을 통한 재산업화 전략에 한국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규정했다.

 

조나단 프리츠 미국 국무부 선임 부차관보는 3일 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주최 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미 동맹의 현재를 평가했다. 그는 한미 동맹의 핵심 토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확장억제, 북한 비핵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평화·안정 보장을 3대 축으로 제시했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먼저 핵우산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의 확장억제 약속은 철통같이 유지되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에 제공해 온 핵우산을 흔들림 없는 공약으로 규정했다. 최근 북한의 전술핵 전개와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확장억제 강화 메시지를 통해 동맹 안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프리츠 부차관보는 양국의 조율된 입장을 거듭 부각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해 완전히 조율된 상태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모두 북한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지지해 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평양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 질서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내 안보 환경과 관련해서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우리는 한국을 비롯한 지역 전반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제 해양법을 지키고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해양 진출과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포함한 역내 동맹과의 공조를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미 양국의 협력은 안보를 넘어 산업·기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와 더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서울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이 주목할 만한 숙련도를 보여온 조선 산업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특히 재래식 무장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미국의 지지를 재차 언급했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이 재래식 무장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며 이는 공동의 위협에 대항할 집단적 역량을 강화하는 양자 협력의 명백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해군 전력 증강과 연계된 잠수함 협력이 대북·역내 억제력 강화의 수단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경제·산업 측면에서 그는 한국을 미국 재산업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규정했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합의 이행 차원에서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를 언급하며 한국은 미국을 재산업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에 절대적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내 선도적 투자국 중 하나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런 노력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 에너지 산업에 연료를 공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신뢰받는 기술 리더십을 촉진하고 해양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협력 우선순위로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제약, 핵심 광물, 인공지능, 양자 기술을 꼽았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우리는 핵심 분야에서 한국의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들 투자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제도적·인력 측면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 비자를 통해 전문가들을 보내 우리의 위대한 미국 노동자들에게 정밀 제조 작업을 운영하는 법을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자국 내 첨단 제조시설 투자뿐 아니라 한국 측 고급 기술인력의 순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간 노동 문제로 불거졌던 이른바 조지아 사건도 언급됐다. 프리츠 부차관보는 조지아 사건 이후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이 9월 초 서울 체류 당시 우리 정부의 유감을 표명했고,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분명히 밝혔듯 우리는 한국 국민들이 임시로 미국에 와 미국 노동자들을 고정밀 일자리에서 훈련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지아에서의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에 대해 미국 정부가 유감을 재차 표명하면서, 향후 인력 교류 확대 의지도 함께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미 동맹은 안보·경제·기술 전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이 대북 압박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역할을 더욱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만큼, 동맹의 구체적 이행 수단과 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양국 간 후속 협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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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프리츠#한미동맹#확장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