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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통화요약 대중화”…LG유플러스, 익시오로 통신 플랫폼 승부수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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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앞세운 통화 특화 서비스가 이동통신사의 차세대 플랫폼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선보인 AI 통화앱 익시오가 출시 약 반년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기면서, 통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화 검색과 자동 요약,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이 이용자 경험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보유한 음성 데이터를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확장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 통화앱 익시오 가입자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AI 기능 체험 프로모션을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핵심 기능인 AI 대화 검색과 AI 스마트 요약의 무료 체험 한도를 각각 100회까지 늘리고, 기능 사용을 인증한 고객 중 100명을 추첨해 배스킨라빈스 버라이어티팩을 제공한다. 통신사가 데이터 요금제 중심의 마케팅을 넘어, AI 기능 자체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을 묶어두는 시도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대화 검색과 AI 스마트 요약은 10월 익시오에 적용된 신규 기능이다. 사용자는 통화 종료 후 “아까 이야기한 약속 장소가 뭐였지” 같은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익시오가 과거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 답하는 구조다. 단순 녹취 재생이 아니라 자연어 질의응답 방식으로 필요한 부분만 추출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약속 일정, 장소, 금액 등 핵심 정보를 문장 단위로 정리해주며, 상대방의 말투나 성향 같은 대화 특성 요약도 지원해 반복 통화가 많은 직군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I 스마트 요약 기능은 통화 내용을 6가지 템플릿으로 자동 정리한다. 간단한 메모형, 토론 정리형, 문의 및 답변 정리형, 할 일 목록 형태 외에 부동산 중개, 영업 활동 등 업무용 양식까지 포함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상담 통화의 경우 매물 조건, 가격, 위치, 특이사항을 항목별로 정리해주고, 영업 통화는 고객 요구사항, 제안 내용, 후속 연락 일정 등을 구조화된 문서로 만들어준다. 사용자는 요약 결과를 간단히 수정하거나 복사해 메신저로 공유할 수 있어, 일종의 통화 기반 CRM 보조 도구처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능 구현에는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요약 모델이 결합돼 있다. 통화 음성을 먼저 텍스트로 전사한 뒤, 대화의 화자 구분과 핵심 키워드 추출, 문맥 분석을 거쳐 검색 인덱스를 만든다. 이후 사용자가 질문하면 의미 기반 검색을 통해 관련 문장을 찾아 요약하거나 재구성해 답변한다. 단순 키워드 매칭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 유사도를 계산하는 방식이어서, 같은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물어봐도 적절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익시오는 생산성 기능뿐 아니라 통화 보안 기능도 통합했다.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및 경고 알림, 악성앱 설치 여부 점검, 딥보이스를 판별하는 안티딥보이스 기능 등을 탑재해 통신망 레벨의 보안과 앱 단의 AI 분석을 결합했다. 금융기관 사칭 전화나 고금리 대출 권유 등 보이스피싱 패턴을 분석해 의심 통화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최근 AI 합성 음성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통신사 AI 통화앱은 통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구독형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통화량이 많은 콜센터 상담 인력, 보험·부동산·B2B 영업 조직 등에서는 통화 요약과 검색 기능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상담 품질 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음성 기록을 자동으로 회의록·업무 일지·고객 관리 메모로 변환하는 수요가 꾸준한 만큼, 통신사가 기존 음성 상품에 AI 부가 서비스를 얹어 부가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해외에서는 빅테크 중심으로 통화 기반 AI 기능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연동된 통화 요약, 자동 응답, 스팸 탐지 기능이 고도화되고 있으며, 컨택센터 시장에서도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담원용 코칭을 제공하는 AI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다만 통신사가 독자 앱으로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인 만큼, LG유플러스의 익시오 흥행이 국내외 통신사 전략에 참고 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규제 관점에서 음성 기반 AI 서비스는 개인정보 보호와 녹취 데이터 처리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통화 내용이 AI 학습이나 기능 고도화에 활용될 경우, 이용자 동의 범위와 목적 외 이용 금지 원칙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 특히 보이스피싱 탐지를 위해 패턴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통화 내용의 익명화와 보관 기간, 제3자 제공 여부 등이 규제 기관의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제 개편 논의가 계속되고 있어, 통신사 AI 통화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를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최윤호 LG유플러스 AI 에이전트추진그룹장은 익시오 가입 100만 고객에 대한 감사 차원에서 이번 프로모션을 준비했다며, 앞으로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축적해온 음성 통화와 네트워크 데이터를 AI 에이전트로 확장하는 흐름이 통신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통화 기록을 넘어 메시지, 영상통화, 사내 협업툴까지 연계한 통합 대화 비서 형태로 진화할 여지도 있다. 다만 이용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서비스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병행된다. 산업계는 익시오와 같은 AI 통화 서비스가 실제 업무 현장과 일상 통화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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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익시오#ai통화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