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한국 능력부터 따져야”…조현 외교장관, 한미 협상 원칙 제시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논쟁과 외교·안보 라인의 계산이 맞붙었다. 한국형 핵잠수함 추진 구상과 함께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의 해석을 둘러싼 공방이 국회에서 다시 부각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문제와 관련해 국내 역량에 대한 선행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핵잠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잠수함 본체, 원자력 추진체, 핵연료 이 세 가지 파트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가, 우리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그것을 기초로 미국과 협상안을 만들어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기술 수준과 산업 기반을 먼저 점검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핵잠수함 추진 체계와 관련한 정부 내부 조정 구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장관은 “핵잠 문제는 국방부, 또 여러 민간 기관이 관련되기 때문에 NSC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모든 관련 부처가 여기 TF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국방·산업 등 범정부 협의 채널이 구성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또 조 장관은 한미 원자력협력협정과 핵잠수함 추진 문제를 구분해 언급했다. 그는 “핵잠수함 사안과 비교해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은 비교적 간단하다”고 평가한 뒤 “외교부에서 지난번 2015년 개정에도 협상을 담당했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협정 조정 방향과 관련해 “협정을 개정할지 아니면 현재 협정에 추가로 어떤 조항을 추가시킴으로써 우리가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협정 전면 개정과 부분 조항 추가 사이에서 복수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제기한 팩트시트 논란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적혀 있다.
김 의원은 이 문구와 관련해 “절차는 이미 원자력협정 안에 있는 내용이고, 이번 합의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지지한다는 선언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 합의가 실질적 진전이 아닌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팩트시트 문구 중 ‘민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되는 절차’라는 표현을 재차 부각했다. 그는 “문안을 협의했던 사람으로서 미국으로부터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실하게 받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 지지 표명이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의 농축·재처리 절차를 미국이 명시적으로 뒷받침한 조치라고 해석한 것이다.
또한 핵잠수함 건조 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지 여부를 둘러싼 질의도 나왔다. 김 의원이 “핵잠을 만들 때 미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묻자, 조 장관은 “핵 연료와 관련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핵잠 건조를 위해 미국 관련 기관의 승인을 받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핵연료 공급과 관련 규정이 미국의 법·협정 체계와 긴밀히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읽힌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핵잠수함과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국방부와 대통령실, NSC를 중심으로 정책 논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 간 원자력 협력 틀을 정교하게 다듬는 한편, 국회 보고와 추가 논의를 병행하며 관련 협상 방향을 조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