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과열 신호탄”…오라클 쇼크에 뉴욕증시 요동, 다우는 사상 최고 마감
11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오라클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싼 불안이 번지며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가 타격을 받는 가운데,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주요 지수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이번 움직임은 AI 투자 거품 논란과 함께 위험자산 선호 심리, 경기 민감주로의 자금 이동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1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6.26포인트(1.34%) 오른 48,704.01로 마감해 장중 강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 수준에 안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14.32포인트(0.21%) 상승한 6,901.00을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60.30포인트(0.26%) 내린 22,593.86에 거래를 마치며 차별화된 약세를 드러냈다.

시장의 충격을 촉발한 것은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이었다. 오라클은 전날 장 마감 이후 공개한 실적 발표에서 2026 회계연도 자본지출을 500억달러로 제시해 종전 전망치보다 150억달러 상향했다.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규모 지출 방침이 알려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설비에 대한 과잉 투자와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급속히 부상했다.
오라클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할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경계감 속에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가 역시 장중 한때 16.49%까지 폭락했고, 마감가는 전장보다 10.83% 내린 수준에 그쳤다. 오라클발 충격은 AI와 반도체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돼, 장 초반 나스닥 지수는 한때 1.46% 밀리며 낙폭을 키웠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장중 3.27% 급락하는 등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런던 기반 투자사 판뮤어 리베리엄의 수사나 크루즈 전략가는 “시장은 이제 AI 투자 확대에 대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라클이 특히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이유는 대규모 투자 재원을 대부분 부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레버리지 확대에 대한 시장 경계감을 짚었다. 뉴욕 소재 브로커리지 업체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오라클은 AI 테마에 대한 일종의 조기 경보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시장이 기술주 비중을 일부 줄이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오라클 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성장주 중심의 기술 섹터에서 벗어나 금융, 산업재, 소비 관련 대형주로 시선을 돌리는 순환매 전략을 강화했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는 월마트,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잉, 하니웰,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에 매수세가 유입되며 강세를 이끌었다. 업종별로 보면 소재가 2.23% 올라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고, 금융 1.84%, 산업재 1.06%가 뒤를 이었다. 헬스케어(0.95%), 유틸리티(0.74%)도 동반 상승해 방어주와 경기 민감주 모두에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커뮤니케이션(-1.01%), 기술(-0.55%), 에너지(-0.42%) 업종은 부진했다. 미국 빅테크 대표주로 묶이는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상당수가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1.55% 하락했고, 애플은 0.27% 내렸다. 테슬라는 1.01% 떨어졌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A 클래스)은 2.43% 하락 마감했다. 아마존도 0.65% 내리며 성장주 전반에 매도 압력이 이어졌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1.03% 상승했고,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 모회사)는 0.40% 오르는 등 일부 종목은 차별화된 강세를 유지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한 해석도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열린 회의에서 통화정책위원 중 금리 인하에 반대한 인원이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노선이 급격한 긴축보다는 점진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시장은 FOMC가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었다고 받아들이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일부 회복했다.
이 같은 평가 속에 장 초반 낙폭을 키우던 기술주에도 오후 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오라클을 포함한 주요 기술주 주가가 일부 반등하며 나스닥 지수의 하락 폭은 보합권 근처까지 줄어들었다가, 마감 무렵 다시 소폭 약세로 돌아서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하루였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오픈AI에 약 10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월트디즈니가 AI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 속에 2.42% 올랐다.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가 임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소식에 1.58% 상승했다.
시장 변동성을 가늠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0.92포인트(5.83%) 떨어진 14.85를 기록했다. AI 투자 과열 논쟁과 기술주 조정에도 불구하고 VIX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전반적인 불안 심리가 아직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러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오라클발 충격이 AI 인프라 투자 속도 조절 논쟁을 촉발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속에서 가치주와 경기 민감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본다.
매슈 미스킨 매뉴라이프 존 핸콕 인베스트먼츠 공동 투자전략가는 “지금 시장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순환매”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소형주와 다우지수, 경기 민감주가 전반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향후 미국 경제 지표와 연준의 추가 발언, AI 산업의 실적 현실화 여부에 따라 기술주와 전통 가치주 간 힘의 균형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불거진 이번 AI 투자 논쟁과 섹터별 자금 이동이 앞으로 세계 증시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