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왜 사람 쓰고 최저임금만 주나"…이재명, 공공부문 적정임금·정규직 전환 압박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를 둘러싼 갈등 지점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과 퇴직금, 정규직 전환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 개편을 촉발할 수 있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공공사업에서 인건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하는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공부문이 법에서 정한 최저 수준에만 머무는 임금 지급 관행을 바꾸라고 지시하며 고용노동부에 전면 실태조사를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람을 쓰면 적정한 임금을 줘야지 왜 법이 허용하는 최저 액수를 주느냐"며 "최저임금이란 이 이하로는 절대로 주면 안 된다는 금지선인데 왜 정부,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최저임금만 주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법적 취지가 하한선임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이 이를 사실상 기준선으로 삼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또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저로 임금을 주고 이익을 최대화하겠다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정부는 돈을 잘 쓰는 것이 의무인 조직이지, 저축을 하는 게 업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의 비용 절감 논리와는 달리 정부 조직은 공공성에 맞는 지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그는 일용직과 비정규직 등 취약 고용형태 노동자의 처우 문제를 별도로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최저임금을 주고 있는 것 같다"며 "각 부처는 고용할 때 일용직·비정규직의 경우 적정 임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사업에서 반복돼 온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용노동부를 향해 구체적인 조치도 주문했다. 그는 "노동부 자체 사업 혹은 산하기관 사업의 임금 실태를 한번 조사해보라"며 "나아가 정부 전체적으로도 바꿀 부분이 있는지 노동부가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소관 사업뿐 아니라 중앙행정기관과 산하기관 전반의 임금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라는 요구다.
퇴직금 제도 운용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행 공공부문에서 사실상 1년 이상 근로자에게만 퇴직금을 지급하는 관행을 언급하며 "11개월 15일만 일하는 사람에게는 왜 퇴직금을 안 주느냐"고 질의했다. 이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근속기간 기준선 부근에서 발생하는 형평성 논란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편법적 운용 실태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를 사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년 연속으로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1년 11개월만 고용하고 해고하는 일이 있다. 또 애초부터 계약기간을 1년 11개월로 설정하는 일도 있더라"며 "이건 말이 안 된다. 정부가 부도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정 전환 기준을 피하기 위한 단기 계약 관행을 정부 스스로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어 그는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고용 원칙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계속 일을 할 필요가 있는, 상시 지속 업무를 위한 자리에는 정규직을 뽑아야 한다"고 밝히며, 고용 형태와 업무 특성의 정합성을 요구했다. 인력운용 과정에서 비용 절감보다 안정적 고용과 책임 행정을 우선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제도 집행 수단과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에 강경한 역할을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용노동부가 챙겨보고 다른 부처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시정명령을 하라"고 지시하며, 각 부처가 관련 규정을 어길 경우 행정적인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처들 역시 시정명령을 당하기 전에 알아서 정리하라"고 덧붙여 자율적인 선제 정비를 촉구했다.
이날 발언은 공공부문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최저임금 책정, 1년 미만 퇴직금 배제, 1년 11개월짜리 비정규직 계약 등 노동시장 불합리 구조를 정면 겨냥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고용노동부를 축으로 한 정부 내부 제도 점검과 시정명령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향후 공공기관 인건비 지침, 비정규직 운영 기준, 퇴직금 산정 방식 등이 폭넓게 재조정될 여지도 커졌다.
정치권과 노동계, 경영계는 이 같은 대통령 발언의 실제 제도화 수준과 재정 영향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관련 노동관계법과 공공기관 운영 지침을 둘러싼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며, 정부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