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고용 줄었지만 AI는 버블 아니다”…미국 증시, 금리 인하 기대와 기술주 조정 공존
현지시각 3일, 미국(USA) 뉴욕증시에서는 민간 고용 부진과 인공지능(AI) 기술주 조정이 맞물리며 3대 지수가 방향성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AI 성장 기대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흐름은 미국 경기 둔화 신호와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 기술 대형주 조정이 동시에 전개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지시각 기준 3일 오전 10시 31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1.97포인트(0.34%) 오른 47,636.43을 기록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3포인트(0.02%) 내린 6,828.14,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60.79포인트(0.26%) 떨어진 23,352.88을 나타냈다. 경기 방어주와 에너지주는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기술·통신 섹터는 약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의 방향을 가른 핵심 변수는 11월 민간 고용 데이터였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은 전달 대비 3만2천명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5천명 증가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민간 고용 둔화가 확인되자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통화 완화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 기준으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25bp(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은 88.8% 수준까지 반영됐다.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긴축 기조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다는 기대가 강화됐다는 해석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과 침체 위험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며 포지션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편 기술주, 특히 AI 관련 대형주는 성장성에 대한 조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에이전트’로 불리는 다단계 작업 자동화용 최신 AI 소프트웨어 제품군의 수익 창출 속도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일부 AI 제품 매출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회사 측은 특정 AI 솔루션을 둘러싸고 기업 고객이 프리미엄 가격 지불에 점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2.58%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매출 성장세가 장기적으로는 유효하지만 단기 수익화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정은 다른 AI 관련 종목으로도 확산돼 브로드컴과 아마존 주가가 각각 1.28%, 1.27% 떨어졌다. 기술과 통신 섹터 전반에서 성장 모멘텀 재평가 부담이 부각되면서 매도세가 이어졌다.
경기 체력에 대한 단서는 서비스 부문 지표에서도 엇갈리게 나타났다.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11월 ISM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6으로 시장 예상치 52.1을 소폭 웃돌며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반면 S&P글로벌이 발표한 11월 S&P 서비스업 PMI는 54.1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 55.0에 미치지 못했다. 서비스 지표가 혼조를 보이면서 경기 둔화 우려와 통화 완화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개별 종목별로는 실적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미국 맞춤형 반도체 설계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는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주가가 7% 급등했다. 마벨의 호조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AI 소프트웨어 수익화 속도에 대한 우려와 달리,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수요는 지속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의류업체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는 3분기 실적 선방에 힘입어 주가가 13% 상승했다. 이 회사의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53센트, 매출은 13억6천만달러로, 각각 44센트, 13억2천만달러였던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미국 소비가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특정 브랜드와 가격대에서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웰스파고는 이날 오라클에 대한 분석을 새로 시작하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280달러로 제시했다. 전장 종가 대비 약 39%의 추가 상승 여력을 부여한 셈이다. 웰스파고의 권오성 수석 주식 전략가는 AI 산업과 관련해 “AI 수익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버블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에 힘입어 오라클 주가는 1% 가까이 올랐고, AI 성장 스토리가 구조적으로 유효하다는 기대도 일부 유지됐다.
해외 증시에서는 유럽 주요 지수가 대체로 오름세를 보였다. 유로존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보다 0.17% 오른 5,695.62에서 거래 중이다. 독일(DAX) 지수와 프랑스(CAC40) 지수는 각각 0.04%, 0.19% 상승했고, 영국(UK) FTSE100 지수는 0.01% 소폭 하락했다. 미국(USA) 고용 지표 둔화와 연준의 완화 전환 기대가 유럽에도 위험자산 선호를 부분적으로 자극했다는 평가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러시아(Russia)가 미국(USA)과의 회담에서 평화 협정과 관련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에너지 시장에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같은 시각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1.11% 오른 배럴당 59.29달러에 거래됐다. 에너지 섹터는 원유 가격 상승에 힘입어 뉴욕증시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미국 증시는 고용과 서비스 지표가 보여주는 완만한 둔화,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기술 대형주와 AI 관련주의 단기 조정, 러시아와 미국 간 평화 협상 교착 등 복합 요인 아래에서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을 앞둔 연준의 정책 방향과 AI 관련 투자 심리의 재정립 여부가 향후 글로벌 증시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러한 신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