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칼날 다시 벼린다”…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 입법 드라이브에 국민의힘 정면 반발
입법 전선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예산 정국 직후 다시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겨냥해 필리버스터 제도 손질까지 예고하면서 국민의힘이 강력 저지 입장을 굳히는 구도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법개혁 입법을 연말 임시국회 최대 과제로 올려놓은 상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합의 처리된 직후 12월 임시국회(10일 시작)를 소집했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부터 본격적인 법안 처리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쟁점의 출발점은 필리버스터 제도 개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다시 무제한 토론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소위 필리버스터 유지 요건 강화법을 우선 처리 대상으로 올려놨다. 필리버스터를 의사진행 방해 수단으로 남용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논리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발언을 통해 "필리버스터의 부적절한 남용을 막겠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본회의장에 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석 수 구조를 고려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107석만으로는 필리버스터를 장기간 이어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법이 필리버스터의 사실상 봉쇄를 뜻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의 유일한 저항 수단마저 무력화하는 법"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출했다.
필리버스터 제도 손질과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 패키지 법안도 연내 처리 목표를 분명히 했다. 당 지도부는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가 주요 인사 구속영장 기각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 내년 초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둔 시점에 사법부를 겨냥한 입법 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입법 일정도 촘촘하게 짜여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본회의 일정을 9∼14일, 21∼24일 전후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처리 순서와 구체 시점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당내 부담 요인도 존재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두고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필리버스터 대치가 벌어질 경우 이론상 하루에 한 건씩밖에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의원총회를 열어 쟁점 법안의 내용과 처리 전략을 놓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한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주력 법안들의 수정 및 본회의 상정 계획에 대해 "의총에서 최종 결정할 문제"라며 "위헌성 시비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법안의 문구 조정이나 시행 시기 조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기류다.
국민의힘은 여야 격돌을 기정사실로 보고 맞대응 채비에 들어갔다. 필리버스터와 여론전을 병행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입법 폭주를 저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을 둘러싸고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가 감지되자 이를 고리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의원총회를 '이재명 정권 독재 악법 국민고발회' 형식으로 열 예정이다.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이 헌법이 보장한 권리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안팎 전선도 정비 중이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최근 당 소속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쟁점 법안이 무더기로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임위별 필리버스터 발언 순서를 미리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유지 요건 강화법을 통과시킬 경우를 대비해 60명 단위로 조를 편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야의 계산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12월 임시국회는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재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 완수를 위한 제도 정비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고, 국민의힘은 반대 세력 입을 막으려는 다수당 독주라며 맞서고 있다.
임시국회가 열리는 10일 이후 국회 본회의가 가동되면 필리버스터 제도 개편안 처리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법안 상정 순간 여야가 다시 무제한 토론으로 맞부딪칠 경우, 연말 정국은 사법개혁 틀과 국회 운영 방식 자체를 둘러싼 전면 대치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8일 여야 의원총회 결과를 토대로 사법개혁 법안 처리 방향을 가닥 짓고,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