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그림 공천청탁 진실 규명되나”…김건희 오빠, 김상민 재판 증인 출석
정치권과 검찰을 둘러싼 청탁 의혹이 법정으로 옮겨가며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측에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건네며 공천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 사건 재판에 김 여사 오빠가 증인으로 설 전망이다. 작품의 진위와 공천 청탁 여부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현복 부장판사는 16일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다음 기일인 내년 1월 14일을 지정하고, 이날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김 씨 진술이 공천 청탁의 구체적 경위와 그림 전달 과정 전반을 규명하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우 씨는 문제의 이우환 화백 작품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김상민 전 검사로부터 건네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검사는 이 작품을 약 1억4천만 원에 매입한 뒤 2023년 2월께 김 씨에게 전달하면서, 김건희 여사 측에 지난해 치러진 4·10 총선 공천을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지만, 넉 달 뒤인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임명돼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의 논란을 자극했다.
재판에서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김진우 씨를 상대로 그림을 받게 된 계기, 전달 시점과 장소, 김건희 여사 측에 실제 전달됐는지 여부, 그리고 공천과 관련한 대화가 오갔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을 꼼꼼히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언 내용에 따라 정치권 인사와의 연결고리, 청탁의 실질적 대상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쟁점도 부각될 전망이다.
청탁의 매개가 된 작품의 진품성 여부도 첨예한 쟁점이다. 김상민 전 검사 측은 법정에서 해당 그림을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에 건넨 그림이 가짜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상 문제가 되는 금품 가액이 100만 원 미만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반면 특검팀은 이 작품을 진품으로 판단하고 실제 거래가인 1억4천만 원 전액을 범죄액으로 산정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 판단에서도 이 금액 산정이 핵심 기준이 된다.
이날 공판에는 2022년 6월께 해당 작품을 낙찰받았던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진품 판단 근거를 상세히 설명했다. A씨는 "작품 자체 말고도 작품을 싸고 있는 것, 세월의 흔적이랄지 숨어있는 정보가 많다"고 말하며, 보존 상태와 외형, 부수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작품에 대한 확신도 있었지만, 외적인 것을 보고 진품이라고 확신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이러한 증언을 토대로 김 전 검사 측의 위작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판 말미에 작품 진품성 문제와 피고인 유무죄 판단의 관계를 분리해 바라보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현복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 그림의 진품 여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심리하다 보니 진품성 여부로만 피고인의 청탁금지법 위반 유·무죄 여부를 가를 수 있을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림이 진품인지 여부뿐 아니라 피고인이 이를 진품으로 인식했는지, 그리고 공천을 겨냥한 청탁 의도가 존재했는지 등 행위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김진우 씨 증언을 기점으로 재판 쟁점이 작품 감정 논쟁에서 정치권 인맥과 청탁 구조 실체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김 씨가 그림 전달과 공천 논의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진술할 경우, 피고인 측의 방어 전략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작품 수수와 공천 사이 인과관계를 부인하거나 모호하게 진술할 경우, 특검의 공소 유지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사건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야권 일각에선 고위 공직과 여권 인사 주변을 둘러싼 청탁·로비 의혹으로 파장이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주요 정당은 판결 전까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기류도 함께 보인다.
재판부는 내년 1월 김진우 씨 신문을 포함해 남은 증인심문을 마친 뒤,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해당 여부를 놓고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날 법원이 진품 논란과 별개로 청탁 행위 전반을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공판에서는 공천 심사 과정, 국가정보원 법률특보 임명 경위 등 정치적 배경에 대한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