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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A서 멀티플레이 최고”…넥슨·쵸비 수상에 문체부 화답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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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게임산업이 시상식 중심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 게임과 이스포츠가 미국 더게임어워드에서 동시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도 전략 산업으로 키우는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가시적 성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개발력과 선수 경쟁력을 겸비한 K게임 생태계의 신뢰 회복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 한국 시간 기준 미국에서 열린 더게임어워드에서 엠바크스튜디오가 개발한 아크레이더스가 최고의멀티플레이어게임상을, 이스포츠 선수 쵸비정지훈이 최고의이스포츠선수상을 각각 수상한 데 대해 최휘영 장관 명의의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다. 더게임어워드는 2014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게임 시상식으로, 업계에서 흔히 게임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최휘영 장관은 아크레이더스를 개발한 엠바크스튜디오에 보낸 메시지에서 독창적인 예술성과 세계관, 게임 설계 전반에서 구현된 높은 몰입감을 핵심 성과로 짚었다. 이러한 요소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세계 무대에 다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멀티플레이어게임 부문 수상은 온라인 기반 협력·대전 구조 설계, 서버 기술, 네트워크 최적화 등에서 글로벌 수준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최고의멀티플레이어게임상은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함께 즐기는 구조를 전제로 하며, 기술적으로는 대규모 동시 접속 처리, 지연시간 최소화, 매칭 알고리즘, 불법 프로그램 대응 체계 등이 종합적으로 검증되는 영역이다. 아크레이더스의 수상은 이런 인프라와 게임 디자인 역량에서 글로벌 경쟁작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온라인 서비스 운영 경험이 클라우드, 네트워크 인프라, 라이브 서비스 운영 기술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쵸비정지훈의 최고의이스포츠선수상 수상도 산업 구조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장관은 축전을 통해 눈부신 실력과 꾸준한 자기 개발로 수년간 세계 최고 수준 경기력을 증명해 온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이 성과를 이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린 쾌거로 규정했다. 이는 단일 선수의 상을 넘어 선수 육성 시스템, 프로 리그 운영, 중계·해설·팬덤 문화 등으로 이어지는 국내 이스포츠 생태계 경쟁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스포츠는 이미 스트리밍 플랫폼, 광고, 스폰서십, 지식재산 확장으로 이어지는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핵심 축이다. 한국 선수들이 더게임어워드 같은 권위 있는 무대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것은 한국이 단순 게임 소비국을 넘어 제작과 경쟁, 관람 문화까지 포괄하는 복합 콘텐츠 허브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외 리그와 다국적 게임사가 주도하는 이스포츠 시장에서 한국 선수와 팀이 반복적으로 수상 기록을 쌓는 점은 글로벌 브랜드 협업과 투자 유치에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수상은 더게임어워드에서 한국 게임이 상을 받은 사례가 2017년 배틀그라운드 이후 오랜만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스포츠 선수 부문에서는 2017년과 2023년, 2024년에 페이커이상혁이, 2020년에는 쇼메이커허수가 수상한 바 있어 한국 선수의 강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국 게임 타이틀과 선수 모두가 같은 해에 주목받은 장면은 개발 산업과 이스포츠 산업 간 연계 강화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정책 측면에서 더게임어워드 수상은 정부가 추진해 온 게임·콘텐츠 수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문체부는 그동안 게임을 수출 주도형 디지털콘텐츠 산업으로 규정해 글로벌 마케팅, 국제 박람회 참가 지원, 해외 규제 정보 제공 등을 병행해 왔다. 이번 성과는 개별 기업과 선수 역량에 더해, 정책적 지원이 글로벌 무대 인지도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국내 규제 환경, 확률형 아이템 논쟁, 노동·계약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수상 성과를 산업 구조 개선으로 연결하는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계에서는 아크레이더스와 쵸비정지훈의 수상이 K게임 브랜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면서도, 실제 투자와 인재 유입으로 이어지려면 개발자 처우 개선, 장기적 리그 운영 안정성, 데이터 기반 경기력 분석 인프라 확충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스포츠 영역에서는 경기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반 전략 시뮬레이션, 팬 데이터 분석 등 IT 기술 융합이 가속되는 중이라, 선수 수상은 곧 기술 투자 무대로 이어질 수 있는 상징 효과를 가진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상식에서의 수상은 단기 흥행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 향후 협업 가능성, 인수·합병 가치 평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이번 결과를 계기로 게임과 이스포츠를 하나의 디지털콘텐츠 산업 체계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수상이 K게임과 이스포츠의 기술·콘텐츠 경쟁력을 재확인한 사례로 남을지, 실제 시장 구조와 정책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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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엠바크스튜디오#쵸비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