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영양데이터”…식약처, 통합DB 고도화로 디지털헬스 탄력
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 영양관리 인프라를 둘러싼 공공 데이터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식품 영양성분 정보를 통합해 표준화하는 식품영양성분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고도화하면서, AI 헬스케어와 디지털 맞춤 영양 서비스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주목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경쟁의 기반을 다지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17일 2025년 제3차 식품영양정보 민관협의체 오픈 포럼을 열고 식품영양성분 통합 데이터베이스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식약처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해양수산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보유한 식품 영양성분 정보를 하나로 묶어 생성하고 관리하는 국가 통합 인프라다.

식약처는 2023년부터 이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성을 높이고 현장 애로를 줄이기 위해 산학연관이 함께하는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왔다. 참여 기관은 51개 이상으로, 식품 및 헬스케어 산업계 24곳, 관련 협회와 학회 4곳, 병원과 학교 3곳, 공공기관 5곳, 식품·영양·빅데이터 분야 전문가 7명, 데이터 생산·관리 부처 8곳이 참여하는 구조다. 데이터 생산자와 활용자가 한 테이블에 모인 형태라 실제 서비스에서 필요한 항목을 곧바로 표준 데이터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영양성분 데이터 보완을 위한 소그룹 활동인 채움 프로젝트 운영 등 2025년 주요 성과를 공유하고, 수요 기반 식품영양 데이터베이스 고도화와 활용성 강화를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채움 프로젝트는 식단 관리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수요는 높지만 영양표시 의무 성분이 아니라 현재 공공 데이터에서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칼슘 등의 영양 정보를 민간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통해 보완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일헬스뉴트리션, 서비, 아모레퍼시픽, 파인푸드랩, 풀무원건강생활, E4a 등 6개사가 참여해 제품 단위 상세 영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 법정 표시 항목에 제한됐던 공공 데이터를 실제 서비스 수요에 맞춰 확장하는 데 있다. 영양표시 의무 성분이 아닌 항목은 기업 내부 데이터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아,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려 해도 학습 데이터가 부족한 문제가 반복돼 왔다. 채움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개인별 섭취 패턴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특성치가 늘어나고,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식단과 영양제 조합의 정확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관협의체에 참여 중인 인공지능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 두잉랩 관계자는 칼슘 등 일부 정보가 부족해 개인 맞춤형 영양관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과정에서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채움 프로젝트로 데이터가 보완되면 향후 활용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이런 데이터 확충이 AI 모델의 예측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개인 맞춤 영양 패턴 분석, 만성질환 관리, 비만 관리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에 민간에서 제공받은 영양 정보를 내부 검토와 품질 평가를 거친 뒤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반영해 개방할 계획이다. 검증을 마친 정보는 공공 데이터로 전환돼 내년부터는 사업이 보다 폭넓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품질 관리 절차를 거쳐 표준화된 포맷으로 제공되면, 스타트업부터 대형 플랫폼 기업까지 동일한 기준의 영양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그동안 식약처는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식품과 관심이 높은 영양성분을 중심으로 정보를 꾸준히 확충해 왔다.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제공하던 영양 정보를 통합하고 표준화해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전용 홈페이지와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공개해 왔고, 연구기관과 산업계가 자유롭게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치료제, 원격 영양 상담, 웨어러블 연동 식단 관리 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늘면서 이러한 영양 데이터는 사실상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통합 데이터베이스 고도화가 국내 맞춤 영양 관리 플랫폼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대형 소매 체인과 건강보험사가 영양 데이터와 구매 이력, 의료 정보를 연계한 서비스 실험을 확대하고 있어,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국내 맞춤형 서비스가 어느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상황이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긴밀한 민관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고품질 식품영양성분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을 촉진해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통합 데이터베이스 고도화가 실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맞춤 영양 관리 서비스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