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국채금리 1.92%까지 치솟았다”…일본(Japan), 완화 종료 가속과 글로벌 채권시장 긴장
현지시각 기준 4일 오후, 일본(Japan)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1.92%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이 겹치면서 장단기 금리 전 구간에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고,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일본발 금리 쇼크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30분 기준 10년 만기 일본 국채(JGB)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bp(1bp=0.01%포인트) 오른 1.92%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장기 초저금리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 수준과 맞먹는 고점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장기 물가와 금리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초장기물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사상 최고 수준인 3.44%까지 치솟았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 17년 만의 최고치인 1.01%를 기록한 뒤 이날 같은 수준을 유지해, 단기 영역에서도 금리 상방 압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채권시장은 10년물부터 초장기물까지 전 구간에서 수익률 곡선이 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이 19일 예정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0.75%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USA)과 유럽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일본 채권도 안전자산보다 ‘금리 상승 위험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 역시 금리 급등을 자극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은 고물가에 대응하고 경기 회복을 명분으로 21조3천억엔(약 200조 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 시장에서는 재원 마련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국채 추가 발행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해 왔고, 실제로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난달 27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11조6천900억엔(약 110조 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재정지출 확대 계획은 이미 국채 공급 부담과 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키워 왔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 공급이 증가해 가격 하락과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호가 더해지면서 일본 국채 금리 상승에는 추가적인 동력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1일 나고야에서 열린 강연에서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의 기대를 자극했다. 그는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며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시장은 이 발언을 19일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해석했고, 단기와 장기 모두에서 금리 상향 기대를 선반영하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일본 정부는 국채 금리 급등이 실물경제에 미칠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4일 “정부가 장기 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금리 상승 효과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은 가계·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연기금과 금융기관의 수익 구조, 정부의 이자 부담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민간 금융기관은 이번 금리 상승을 재정과 통화정책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진단했다. 일본 은행 ‘미즈호’의 쇼키 오모리 수석 전략가는 일본 국채 시장이 다카이치 내각의 재정 지출 계획에 따른 위험을 꾸준히 흡수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효율성 제고 방안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향후 재정 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모리 전략가는 과거에는 일본 국채 금리 변동이 글로벌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현재는 세계 3위 경제 규모와 막대한 일본 국채 보유 외국인 투자자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일본 장기금리 상승이 전 세계 금리 수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수익률이 오를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으로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투자처로 부각되며 미국 국채와 유럽 국채, 신흥국 채권에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 금융시장은 특히 19일 열리는 일본은행 회의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뿐 아니라 국채 매입 규모 조정, 장기금리 목표 범위 변화 등 추가 정책 신호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이 장기간 유지해 온 초완화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질 경우, 엔화 강세와 글로벌 자금 재배치, 신흥국 자본 유출 등 연쇄 효과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일본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도 일본이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하면서, 세계 채권·외환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제사회는 향후 일본 통화·재정정책 조합이 어떻게 조정되고, 그 결과가 글로벌 금리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