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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700만원이 20년 동안”…연금복권 720 294회 1등 번호가 바꿀 일상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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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요일 저녁마다 연금복권 추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허황된 꿈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한 번쯤 행운을 기대해 보는’ 일상이 됐다. 사소한 습관처럼 번호를 확인하는 그 순간에, 각자의 내일을 향한 소원이 담긴다.  

 

12월 18일, 동행복권이 발표한 연금복권 720 294회 1등 당첨번호는 1조 7 4 6 1 8 6번이다.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번호를 확인한 이들 사이에서는 “혹시나”와 “역시나”가 교차했다. 누군가에겐 7자리 숫자 조합이 평범한 수요일을 통째로 바꾸는 신호가 됐다.  

1등 당첨자에게는 매달 700만원씩 20년간 연금 형식으로 당첨금이 지급된다. 세금 22%를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월 546만원이다. 많은 직장인이 떠올릴 법한 평균적인 월급과 맞먹는 액수가 20년 동안 꼬박꼬박 들어오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복권을 “또 하나의 월급통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소액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연금형 복권은 한 번에 큰 돈을 받는 방식보다 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꺼번에 인생이 요동치기보다, 지금의 삶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반영된 선택이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현실 조정형 소망”이라고 부른다. 거대한 역전을 노리기보다, 매달 들어오는 돈으로 주거비나 교육비, 부모님 용돈을 챙기는 상상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대출 상환이 조금만 줄어도 숨을 더 편하게 쉴 것 같다”고 표현했고, 또 다른 이들은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덜어지는 느낌”을 나누기도 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내 통장에 저 숫자가 찍히면 제일 먼저 부모님부터 챙기겠다”, “회사 다니면서 이런 연금까지 있으면 마음이 덜 휘청일 것 같다”, “오늘도 아니었지만, 다음 회차까지 살아갈 작은 기대가 생겼다” 같은 고백이 이어진다. 당첨 소식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남의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매주 같은 자리에 서서 자신의 번호를 확인하는 루틴이 이미 삶의 일부가 됐다.  

 

어쩌면 연금복권은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마법보다는, 고단한 일상을 견디게 해 주는 작은 상상일지 모른다. 오늘도 누군가는 또 한 번의 낙첨을 확인하고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한다. 그 와중에도 다음 회차를 향해 조 quietly 한 장을 챙겨 넣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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