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표준 도입 확대하는롯데이노베이트…국제규범 준수로 산업혁신 속도낸다
인공지능 표준화가 제조와 유통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새로운 경쟁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롯데이노베이트가 국제표준 기반의 AI 경영 체계를 앞세워 산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인공지능 경영관리와 위험관리 표준을 선제 도입해 실사용 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 방향을 표준 중심으로 재정렬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18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산업인공지능표준화 포럼 총회 2025에서 인공지능 표준 우수 사용사례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 롯데이노베이트는 ISOIEC 42001과 ISOIEC 23894 등 주요 AI 관련 국제표준을 조직 전반에 적극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산업인공지능표준화포럼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업 현장에 실제 적용 가능한 AI 표준을 논의하는 민간 중심 네트워크다. 2021년 출범 이후 제조라인 예지보전, 공정 최적화, 스마트물류 등 산업용 AI 활용 영역에서 필요한 요구사항을 표준화 문서로 정리하고, 이를 기업 현장에 확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총회에서는 국가기술표준원장과 한국표준협회,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수장들이 참석해 산업 AI 국제표준 개발 방향을 공유했다. 산업별로 난립하던 내부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국제표준에 맞춰 정렬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 진출 시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포럼의 핵심 목표로 제시됐다.
롯데이노베이트가 도입한 ISOIEC 42001은 인공지능 경영관리시스템 표준으로, 조직 전체 차원에서 AI를 책임 있게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한 체계를 요구한다.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수집, 검증과 배포, 운영 모니터링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 시스템 안에 넣고, 설명 가능성, 투명성, 인권 보호와 같은 원칙을 경영 프로세스에 녹여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ISOIEC 23894는 AI 시스템 생애주기 전반의 위험관리 표준으로,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오작동, 보안 취약점, 책임 소재 불명확성 등 AI가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평가·완화하는 절차를 규정한다. 산업 현장에서의 실제 운용까지 고려해 리스크를 반복적으로 점검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단발성 컨설팅과는 다른 지속적 관리 체계를 전제로 한다.
포럼은 두 국제표준을 동시에 도입해 유통과 제조, 물류 등 복수의 사업 영역에 적용한 롯데이노베이트의 사례를 AI 표준 활용의 대표 모델로 꼽았다. 특히 AI를 도입하는 개별 프로젝트 수준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전략 안에 표준을 포함시킨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 기업 발표를 맡은 롯데이노베이트 AI Tech Lab 오현식 상무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AI 표준 활용사례와 기업이 바라는 국제표준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오 상무는 에이전틱 AI 시대와 물리 장비에 지능을 입히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AI가 산업 공정과 공급망 전반에 깊숙이 들어가는 만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준수가 투자와 파트너십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수준의 표준을 기반으로 AI를 설계해야 해외 고객사와 규제기관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산업 간 융합 서비스에서도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이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우리 산업 구조와 규제 현실이 반영된 규범을 만들어갈 수 있다며, 산업계와 정부, 시험인증기관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AI 도입 전략의 무게 중심이 성능 경쟁에서 거버넌스와 책임성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조라인의 불량률을 낮추고 물류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지, 오류 발생 시 책임을 어떻게 분담하는지에 대한 규범을 미리 설계하는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기술표준원과 산업인공지능표준화포럼은 향후 ISOIEC 42001과 ISOIEC 23894를 포함한 국제표준 도입 우수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유할 계획이다. 표준이 문서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수준으로 자리 잡을 때, 국내 AI 산업의 신뢰성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롯데이노베이트의 이번 수상이 국내 산업 AI 표준화 확산을 견인할 촉매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혁신의 속도 경쟁을 넘어, 글로벌 규범에 부합하는 책임 있는 AI 활용이 산업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향후 AI 기반 산업혁신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