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직무유기·명예훼손"…국민의힘, 이명현 특검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발
정권 핵심을 겨냥했던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가 새로운 정치적 충돌로 번졌다. 국민의힘이 이명현 해병대 순직 사건 특별검사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며 수사 정당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고, 야권과의 대치 국면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는 1일 이명현 특별검사와 정민영 특별검사보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병특검 수사와 재판 대응 과정 전반에서 법률상 부여되지 않은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쟁점은 해병특검이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형사재판에서 항소를 취하한 결정이다. 특위는 "항소 취하는 특검법에 명시적으로 주어지지 않은 권한"이라며 "성급한 항소 취하로 공소유지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라는 특별검사의 핵심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항소 유지 여부가 특검의 수사 책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법적 근거와 절차를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또 이명현 특별검사의 군 검찰 관련 발언도 문제 삼았다. 이 특별검사는 7월 언론 브리핑에서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공소 제기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위는 이 발언이 국방부 검찰단의 직무 수행을 사실에 반해 훼손했다고 보고 "군 검찰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규정했다. 군 사법 체계 전반을 두고 특검과 여권이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군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병특검 수사는 이미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상태다. 해병특검은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33명을 재판에 넘기고 지난달 28일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 결과가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에 대한 책임 규명으로 이어지며, 여야가 각자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구도가 굳어졌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병특검의 수사 성과 전반을 문제 삼는 발언을 이어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7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이 어느 것도 제대로 수사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수사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야권 주도로 추진된 특검 제도가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야당은 해병특검이 뒤늦게나마 군 내부 외압과 은폐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해 왔다. 야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특검의 항소 전략과 발언을 문제 삼아 고발까지 나선 것은 수사 및 재판의 신뢰를 흔들기 위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여당은 수사 주체 역시 헌법과 법률의 통제를 받는 만큼, 위법 소지가 있다면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경우, 해병특검 수사와 그 후속 재판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수 있어서다. 반대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날 경우, 특검 수사를 두고 여야가 제기해 온 신뢰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정치권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 방식과 특검 책임론을 놓고 다시 격돌했다. 국회는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해병특검 수사 경과와 여당의 고발 배경을 따져 묻는 자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이며, 여야는 특검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공방으로 정면 충돌하는 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