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BM 장비 수출 호조에도 4대 하락…한미반도체, 외국인 수급 변동에 주가 조정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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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주가가 최근 한 달간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4일 장중 약세를 보이며 기술적 조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HBM 장비 시장 내 지배력 확대와 경영진의 장내 매수 등 펀더멘털 개선 요인이 부각됐지만, 단기 급등 이후 차익 실현과 외국인 수급 변동성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HBM 설비 투자 사이클이 중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한편, 높은 밸류에이션이 향후 주가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4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주가는 장중 기준 116,10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4.44% 하락 중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주가는 11만 원대 중반에서 12만 원대 중반 사이에서 움직이며 뚜렷한 방향성 없이 박스권 등락을 반복했다. 11월 말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소식으로 12만 원선을 회복하고 2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했지만, 12월 들어 12만 원 후반대에서 강한 저항을 받으며 다시 조정 흐름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이날 장중 저가는 116,000원까지 내려가며 단기 지지선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징주 분석] 글로벌 장비 점유율 확대… 한미반도체 HBM관련주 산업 포지션 재정립
[특징주 분석] 글로벌 장비 점유율 확대… 한미반도체 HBM관련주 산업 포지션 재정립

주가 변동의 단기 촉매로는 3억불 수출의 탑 수상과 세계일류상품 선정이 꼽힌다. 한미반도체의 HBM용 TC 본더가 국가 차원의 공인을 받으면서 기술력과 시장 지위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지만, 정작 주가는 해당 뉴스 공개 시점 전후로 약세를 보였다. 특히 12월 4일 무역의 날 행사 당일 주가가 하락한 흐름은 재료 노출 이후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물이 출회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 간 매매 공방이 치열하다.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를 보이며 주가 상단을 누르는 역할을 했다. 11월 27일에는 약 27만 주, 12월 2일에는 약 14만 주를 순매도하며 하락 압력을 키웠다. 반면 11월 26일 외국인이 약 42만 주를 대량 매수했던 시기에는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는 등 외국인 수급과 주가 흐름의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기관이 매수에 나설 때는 단기 반등세가 강화되는 패턴이 관측돼, 수급 주도권 변화가 단기 방향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56위권에 위치한 대형 장비주로, 상장주식수는 약 9,531만 주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약 11조 원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리노공업 등과 비교할 때 전형적인 장비주 중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현재 주가 기준 PER은 약 46배로, 삼성전자 21배, SK하이닉스 10배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HBM 장비 시장에서의 사실상 독점적 지위와 높은 이익률이 이 같은 프리미엄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약 7.05%로 반도체 제조사보다는 낮지만 국내 장비 업종 내에서는 의미 있는 비중이다.

 

재무 지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47.62%로 제조업 평균을 크게 웃돈다. 2025년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47%대가 예상돼 고수익 구조가 이미 정착된 상태라는 평가다. 부채비율은 30%대 초반, 유보율은 5,000%를 상회해 재무 구조 역시 매우 탄탄한 편이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투자의견을 매수 4.0점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목표주가를 170,0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가와 비교할 때 약 46%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지만, 이 격차가 투자 심리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수급과 실적 모멘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업 내부 이슈 측면에서 이번 상승 사이클의 근거로는 기술 경쟁력과 오너의 책임 경영 행보가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2024년 세계일류상품에 한미반도체의 HBM용 TC 본더가 이름을 올리면서 글로벌 장비 점유율과 기술적 해자가 공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곽동신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약 4만 주를 장내 매수한 점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주주의 직접 매수는 현 주가 수준을 저평가 구간으로 본 신호로 해석되며, 주가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산업 환경도 대체로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레거시 공정과 자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장비 발주 증가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서 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어 HBM 후공정 장비 수요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회사가 최근 서울 용산구 부동산을 매입한 것에 대해서는 향후 오피스 확장과 R&D 인프라 강화 등 긍정적 해석과, 단기적으로 본업 투자가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하며 주가 변동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종 업종과의 비교에서 한미반도체의 가장 큰 강점은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이다. 국내외 주요 반도체 장비사가 10∼20%대 이익률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한미반도체는 40% 중반대 이익률을 유지하며 독보적인 수익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HBM용 TC 본더와 같은 핵심 공정 장비에서 높은 진입장벽과 한정된 경쟁 구도가 수익성 방어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PER 46배 수준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사이클 둔화나 설비 투자 지연 시 주가 하락폭을 키울 수 있는 잠재 리스크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기술 우위와 고객 락인 효과를 감안할 때 단기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프리미엄 자체가 빠르게 훼손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115,000원 선이 핵심 지지선으로 주목된다. 최근 한 달간 수급 패턴을 보면 11만 원대 중반 구간에서 대기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단이 지지되는 모습이 반복됐다. 115,000원을 지켜내면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해당 가격대가 이탈될 경우 110,000원대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어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글로벌 HBM 설비 투자 계획과 신규 고객사 확보 여부가 주가 레벨업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25,000원 저항선을 돌파할 경우 14만 원대까지 상단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보수적 시각에서는 당분간 박스권 하단에서의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미반도체가 AI 반도체 수혜주로 분류되는 만큼 글로벌 금리 기조와 미국 빅테크 주가에 따른 테마 변동성에도 주의를 당부한다.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른 장비 수출 규제 리스크, 부품 및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마진 압박 가능성도 상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향후 주가 향방은 HBM 투자 사이클 지속 여부와 외국인 수급,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방향성에 좌우될 전망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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