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용 토큰에서 디파이 자산으로”…리플 XRP, 솔라나 확장에 시장 구조 변화 주목
현지시각 기준 13일,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업체 헥스 트러스트(Hex Trust)가 솔라나(Solana) 블록체인에서 활용 가능한 래핑 토큰 wXRP를 출시하며 리플 XRP의 체인 외부 확장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디파이(DeFi) 생태계에서 XRP 활용 폭을 넓히는 동시에, 주요 블록체인 간 유동성 경쟁 구도에 변화를 예고하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wXRP는 리플 XRP를 담보로 발행되는 솔라나 기반 토큰으로, 솔라나 디파이 프로토콜의 유동성 풀, 탈중앙화거래소(DEX), 대출 및 수익형 상품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헥스 트러스트가 커스터디를 맡아 실제 XRP를 보관하고, 이에 상응하는 양의 wXRP를 솔라나 네트워크에서 발행해 사용자가 디파이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하는 구조다. 현지시각 기준 13일 기준으로 솔라나의 24시간 DEX 거래 규모는 약 39억달러로 집계된 반면, XRP 원장(XRPL) 기반 거래 규모는 약 678만달러 수준에 머물러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치 차이가 XRP의 체인 외 확장을 촉진한 직접적 배경으로 제시된다.

XRPL은 오랫동안 송금과 결제에 특화된 인프라로 평가돼 왔다. 높은 처리 속도와 비교적 안정적인 네트워크 성능은 강점으로 꼽히지만, 복잡한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을 대규모로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XRP 보유자 관점에서 보면, 온체인 활용처가 제한적이어서 토큰 가치가 결제·송금 영역에만 묶여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번 wXRP 출범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우회해 XRP를 외부 체인에서 활용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XRP를 디파이 자산으로 재해석하려는 첫 공식 실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솔라나는 높은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디파이·NFT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코인오태그는 솔라나의 총예치자산(TVL)이 약 170억달러 수준으로 집계되는 반면, XRPL의 TVL은 약 6천900만달러에 그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유동성 격차로 인해 XRP가 솔라나 생태계에 연결될 경우, 기존 XRPL보다 훨씬 큰 유동성 풀에서 거래·대출·파생상품·수익형 상품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시장에서는 XRP가 단순 결제용을 넘어 수익 추구형 디파이 자산으로 포지셔닝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데이터와 구조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보도는 XRPL TVL이 “중반 2025년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서술하면서도 동일 시점의 정확한 비교 기준과 시계열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실제 유동성 위축 정도와 솔라나와의 격차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준 시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솔라나의 대규모 유동성이 wXRP를 계기로 즉각 XRP로 이동하거나 wXRP가 비중 있는 디파이 자산으로 빠르게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도, 브리지 이용 비용과 투자자 선호, 각 프로토콜별 인센티브 정책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보안과 규제 리스크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wXRP처럼 한 체인 자산을 다른 체인에서 활용하는 래핑 구조는 필연적으로 브리지와 스마트컨트랙트에 의존하며, 과거 여러 디파이 해킹 사례에서 이들 구성 요소가 취약지점으로 지목돼 왔다. 외신은 헥스 트러스트가 커스터디를 담당하며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래핑 자산 특유의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성 위험과 운영 리스크가 제한적으로만 언급됐다고 평가했다. 규제 환경 역시 변수다. 일부 관할권에서는 커스터디 기반 래핑 자산을 증권형 토큰 또는 구조화 상품으로 볼 소지가 있어, 향후 감독 강도가 높아질 경우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제약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XRP 측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솔라나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wXRP가 담보 자산으로 인정받고, 주요 유동성 풀과 대출 플랫폼에 편입될 경우, XRP 보유자는 단순 보유를 넘어 스테이킹, 레버리지 거래, 수익형 파생상품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이는 XRP 생태계 전체의 수요 기반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XRP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솔라나 측에서도 wXRP를 통해 기존에 XRPL에 머물던 자산과 사용자를 흡수하며, 이더리움(ETH) 중심으로 형성된 디파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국제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를 디파이 시장의 다체인화 흐름 속 한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주요 매체들은 이더리움, 솔라나, BNB 체인 등 소수 메이저 체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디파이 유동성이, 전통 결제·송금 특화 체인의 자산까지 본격적으로 포섭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XRP와 같은 결제 중심 자산이 디파이 영역으로 본격 유입될 경우, 체인 간 자산 이동을 둘러싼 브리지 및 래핑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관전 포인트로는 wXRP의 실사용 규모, 솔라나 디파이 프로토콜 내 편입 속도, 브리지 및 커스터디 구조의 안정성 검증, 그리고 각국 규제 당국의 대응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솔라나 생태계에서 wXRP를 활용한 거래와 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별다른 보안 사고 없이 운영이 이어질 경우 XRP의 디파이 편입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브리지 보안 사고나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이번 시도는 제한적 실험에 그치는 동시에 체인 간 자산 이동 전반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wXRP 출범을 계기로 촉발된 리플 XRP의 솔라나 확장이 디파이 시장의 판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체인 간 경쟁·협력 구도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남길지 국제 가상자산 업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