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직 업무와 밀접"…개인정보위 3급 직원 로펌행 제동, 윤리위 취업불승인

송다인 기자
입력

전직 고위 공직자의 민간 이직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맞붙었다. 재직 시 수행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로의 이동을 두고 윤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 속에, 윤리위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3급 직원의 대형 로펌 취업을 막으면서 공직자 취업 심사 기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4일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3급 직원의 법무법인 취업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리위는 모두 58건의 취업 심사를 진행해 특별한 사유 없이 재직 중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분야로 이직하려 한 전·현직 공직자 3명에 대해 취업불승인 결정을 내렸고, 1명에 대해서는 취업제한을 결정했다.

작년 12월 퇴직한 개인정보위 3급 직원은 지난달 법무법인 태평양에 경제고문으로 합류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윤리위는 이 사례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상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취업불승인을 결정했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과 규제에 관여했던 인사가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형 로펌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고 본 셈이다.

 

군 장교와 지방자치단체 간부의 이직 계획도 제동이 걸렸다. 내년 1월 전역 예정인 공군 중령은 항공·방산 분야 대표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석연구원으로, 서울특별시 3급 직원은 서울 중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업하려 했지만 윤리위 불승인으로 자리 이동이 좌절됐다. 윤리위는 재직 당시 담당했던 군 관련 사업 및 지방 행정과의 연계 가능성, 향후 정책 영향력 행사 여지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 출신 퇴직자의 방산업체 이동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제약 조치가 내려졌다. 해군 대령 출신 인사는 방위산업체 LIG넥스원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려 했으나, 윤리위는 해당 업체와의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다. 취업제한은 원칙적으로 일정 기간 해당 기관이나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로, 군 출신 인사의 방산업체 행을 둘러싼 관행에 제동을 거는 신호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모든 이직이 막힌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무직 인사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이직은 허용됐다. 또 금융감독원 2급 직원과 외교부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취업 역시 승인됐다. 윤리위는 이들 사례에 대해 "재직 중 수행한 업무와의 관련성이 제한적이고, 취업 후 구체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리위는 사전 취업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취업한 퇴직 공직자 10명에 대해서는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다. 공직자윤리법상 일정 직급 이상의 공직자는 퇴직 후 일정 기간 내 민간 부문 취업 시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앞으로도 재직 중 정보와 인맥을 활용한 전관 비리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취업 심사를 지속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역시 공직자 윤리 기준과 전관예우 관행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며, 국회는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두고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송다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법무법인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