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 1 비만 신약 개발 가속" 일동 회장 교체, R D 중심 체제로
GLP 1 기반 비만 치료제와 표적항암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동제약그룹이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진을 재정비하며 연구개발 중심 체제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창업주 3세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가 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이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제약사에서 헬스케어 그룹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과 공급망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은 내년 1월 1일자로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을 회장으로, 박대창 일동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회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12월 31일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 재편과 신약 연구개발, 제조·공급망 고도화를 함께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윤웅섭 회장은 일동제약 창업주의 3세로 2005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전략기획, 프로세스 이노베이션, 기획조정 등 경영 핵심 조직을 두루 거쳤다. 재무와 조직 효율화 중심의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1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2016년에는 기업 체제 재편과 지주사 전환을 이끌며 기존 단일 제약사 구조에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했다. 같은 해 기업 분할 이후 신설 일동제약의 대표이사에 취임해 의약품과 헬스케어를 양축으로 하는 사업 체계를 재정비했다. 이를 통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디지털 마케팅과 채널 다변화에 나섰다.
특히 윤 회장은 신약 연구개발 경쟁력 확보에 경영 초점을 맞춰 왔다. 일동제약은 GLP 1 계열 비만치료제, P CAB 계열 소화성궤양치료제, PARP 저해 표적항암제 등 핵심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GLP 1은 혈당과 식욕을 조절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최근 글로벌에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재편하는 핵심 기전으로 떠올랐다. 기존 약물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가능성이 부각되며 다국적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P CAB 계열 소화성궤양치료제는 위산 분비를 차단하는 기존 PPI 계열 약물보다 발현 속도와 효과 지속 시간이 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간 속쓰림과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서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어 국내외 시장 확대 여지가 있다. PARP 저해 표적항암제는 DNA 손상 복구 기전을 차단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방식으로, 난소암과 유방암 등을 중심으로 정밀의료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일동제약이 이 세 가지 축을 앞으로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승진은 신약 중심 경영 기조를 강화하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GLP 1 비만치료제는 대사질환과 만성질환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어 향후 헬스케어 플랫폼, 원격의료,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와의 연계도 예상된다. 일동제약이 헬스케어 사업 다각화를 병행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신약과 건강기능식품, 생활건강 제품을 결합해 예방부터 치료, 사후 관리까지 연속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동홀딩스를 이끄는 박대창 회장의 역할은 생산과 공급망 경쟁력 측면에서 무게가 실린다. 박 회장은 1978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생산, 영업, 기획, 전략, 구매 등 그룹의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2003년 안성공장장, 2007년부터는 청주공장을 포함한 생산부문장을 맡으며 원료와 완제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물류까지 공급망 전체를 관장해 왔다. 글로벌 품질 기준에 맞춘 원료의약품 생산과 비용 효율화, 안정 공급 체계를 구축한 실무형 경영자로 평가된다.
2018년부터는 지주사 일동홀딩스에 합류해 2021년 대표이사에 올라 계열사 관리와 지원, 그룹 전체 운영을 총괄했다. 약사 출신인 박 회장은 의약품 규제와 제조 관리, 품질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향후 국내외 GMP 기준 강화와 의약품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 산업에서는 최근 신약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 전략과 함께, 생산시설의 cGMP 수준 상향과 위탁생산 수주 경쟁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일동제약그룹의 이번 인사는 연구개발과 생산, 지주사 지배구조를 각각 특화된 리더에게 맡겨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성장 전략을 짜겠다는 방향성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GLP 1 비만치료제와 PARP 저해제 등 고부가가치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와 기술이전 전략에 따라 일동제약의 기업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헬스케어 사업을 포괄하는 지주사 체제 아래에서 디지털 헬스, 건강관리 서비스, 해외 파트너십 등을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제약 산업 전반에서 기술·생산·지배구조를 동시에 재편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일동제약그룹의 이번 인사가 실제 연구개발 성과와 글로벌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산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