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하고도 어쩔건데"…이재명 대통령,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강력 경제제재 주문
정보 유출을 둘러싼 갈등과 규제 공백을 두고 청와대와 기업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대폭 강화된 경제 제재를 주문하며 규제 강화 국면이 예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과징금 제도 전면 재정비를 지시했다. 그는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기업들의 안이한 법 준수 태도를 정면 겨냥했다. 그는 "원래는 이런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위반하고도 뭐 어쩔 건데 이런 태도를 취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반복되는데도 제재 강도가 기업 경영에 실질적 압박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드러낸 대목이다.
업무보고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현행 과징금 체계를 설명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중대한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 전체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그 기준은 직전 3개년 매출액의 평균이다. 이 대통령은 이 설명을 들은 뒤에도 규정 강화를 요구했다. 그는 "시행령을 고치자"며 "직전 3년 평균이 아닌, 3년 중 최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3%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징금 산정 기준을 바꿔 실질 부담을 대폭 키우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보다 강경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송 위원장은 "반복 중대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 대형 위반뿐 아니라 유사 사고가 되풀이되는 기업에 대해선 사실상 최고 수준의 행정제재를 가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금전 제재와 더불어 사법적 구제수단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집단소송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단체소송 규정은 권리 침해 행위에 대한 금지 청구만 가능하고, 손해배상 청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집단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집단소송제 보완의 시급성을 부각했다. 그는 "전 국민이 다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을 하라고 하면 소송비가 더 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한 뒤 "(집단소송제 보완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수 이용자가 피해를 입는 플랫폼·대형 온라인 기업의 유출 사고에 대해선 입법을 통해 실질적 집단 구제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치권에선 거센 후속 논쟁이 예상된다. 여당은 대통령 발언을 토대로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고, 대형 플랫폼 기업과 산업계는 과도한 규제가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도 국민 피해 구제 강화라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되, 과징금 상한과 제재 기준을 놓고 정부와 이견을 드러낼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입법 공백과 제재 실효성 논란은 그동안 국회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다수 이용자 정보를 처리하는 대형 플랫폼 기업을 둘러싸고, 기업 부담을 고려한 자율 규제와 강력한 행정·사법 제재 사이에서 줄타기 논쟁이 계속돼 왔다. 이번 대통령 발언으로 입법·행정 양 측면 모두에서 고강도 규제 정비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개인정보보호법 하위법령 개정과 집단소송제 보완 법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개인정보 유출 제재 강화와 집단소송제 도입 방안을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