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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레이더스로 IP승부수 넥슨, K게임 위상 재정의 주목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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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신규 지식재산권을 앞세운 콘솔·PC 패키지 게임 아크레이더스로 글로벌 흥행과 시상식 무대에 동시 입성하며 K게임 위상 재편의 촉매로 떠오르고 있다. 하드코어 장르와 유료 패키지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하며, 그동안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굳어졌던 글로벌 게임 시장 판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넥슨이 장기 개발과 스튜디오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퍼블리싱 전략을 글로벌 차원에서 입증한 계기로 보고, 향후 IP 포트폴리오 다각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아크레이더스는 플레이어 간 경쟁과 협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PvPvE 기반 익스트랙션 어드벤처 장르로, 정식 출시 12일 만에 판매량 400만장을 기록했다. 최고 동시접속자는 70만명까지 치솟았고, PC 플랫폼 스팀에서 매일 30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유지하며 라이브 서비스 안정성을 과시하고 있다. 스팀 이용자 평가에서는 20만여개 리뷰 중 89%가 긍정 평가를 남겨 매우 긍정적 등급을 유지 중이며, 글로벌 평점 집계 사이트 오픈크리틱에서는 비평가 추천 지표 90%를 달성해 최고 등급인 마이티 뱃지를 획득했다. 팔로워 110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스트리머 Shroud가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고 언급한 점도 해외 인지도 확산을 거들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아크레이더스는 대규모 오픈 월드 환경을 전제로 한 세밀한 물리 엔진과 동적 전투 시스템을 결합해,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전장에서의 위험도와 보상이 수시로 변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서버 구조는 동시 다수 이용자 접속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매치메이킹과 세션 유지를 목표로 설계돼, 수십만명 규모 동시접속 구간에서도 지연 시간과 접속 오류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PvE 환경에서의 인공지능 적 캐릭터는 단순 패턴 반복이 아닌, 주변 지형과 플레이어 전술에 따라 행동을 바꾸도록 설계돼 재도전 시 플레이 경험이 달라지는 점이 하드코어 이용자층을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이 같은 성과는 이례적이다. 스팀을 비롯한 글로벌 PC·콘솔 플랫폼 상위권은 수년간 서비스된 시리즈물, 스포츠·FPS·MOBA 등 장르 스테디셀러가 장악하고 있으며, 신규 IP가 상단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검증된 IP 파워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더구나 아크레이더스는 부분유료화가 아닌 유료 패키지 모델에, 숙련도와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익스트랙션 장르를 채택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아크레이더스는 2021년 더 게임 어워드 무대에서 첫 공개된 이후 특유의 레트로 SF 기반 아트 스타일과 음향 디자인, 인류 대 기계라는 명료한 세계관으로 관심을 모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알파·베타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 피드백을 축적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게임 내 전리품 획득·탈출 구조의 난이도와 보상 체계를 반복적으로 손질해, 기존 익스트랙션 장르보다 진입부 부담을 줄이고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비스 운영 전략에서도 속도전이 두드러진다. 넥슨과 엠바크 스튜디오는 출시 2주 만에 신규 맵 스텔라 몬티스를 포함한 대규모 업데이트 노스 라인을 적용했다. 12월에는 신규 환경과 콘텐츠를 담은 콜드 스냅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다. 듀오 매치메이킹 기능을 추가하고 상점 상품 가격을 조정하는 등 초기 이용자 의견을 반영한 패치도 빠르게 진행하면서, 패키지 게임임에도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에 버금가는 업데이트 주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패키지 초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장기 수명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크레이더스는 출시 2주 만에 더 게임 어워드 2025년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부문에 한국 게임이 이름을 올린 것은 약 8년 만으로, 그동안 글로벌 시상식 멀티플레이어 부문은 서구권 개발사가 만든 AAA급 시리즈물이 사실상 고정 출연해온 구도였다. 신규 IP 패키지 게임이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후보로 지명된 것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심사단과 이용자 모두에게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수상 여부와 별개로 K게임이 멀티플레이어 장르에서도 기술력과 콘텐츠 기획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이 추구해온 IP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도 주목받는다. 회사는 개발팀과 산하 스튜디오에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상용화 일정보다 완성도를 우선하는 장기 개발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인디 감성·하이브리드 장르를 결합한 민트로켓의 데이브더다이버에서 먼저 검증됐다. 데이브더다이버는 글로벌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90점을 기록하며 머스트 플레이 뱃지를 획득했고, 인디와 AA 사이 영역을 개척한 사례로 꼽힌다. 같은 기조에서 개발된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레이더스가 대형 멀티플레이어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넥슨의 퍼블리싱 모델이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통용되는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기존 IP 재해석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올해 넥슨은 액션 RPG 퍼스트버서커카잔, 방치형 캐주얼을 접목한 메이플키우기, 장기 인기 IP를 모바일로 이식한 마비노기모바일 등을 선보였다. 특히 메이플키우기는 국내 모바일 양대 마켓에서 3주 이상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만·싱가폴 앱스토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북미 등 서구권에서도 성과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중심이던 넥슨 모바일 포트폴리오가 점차 글로벌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규모 개발비와 마케팅을 앞세운 초대형 AAA 콘솔 게임과, F2P 기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양극단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넥슨은 중간 지점에서 신규 IP 패키지 게임과 F2P 라이브 서비스, 하이브리드 장르를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 분산과 수익원 다변화를 동시에 꾀하는 모습이다. 아크레이더스와 데이브더다이버 같은 작품이 장기 흥행에 성공할 경우, 개발비 구조와 수익 분배 방식에서 기존 AAA 중심 패턴에 변화를 유도할 여지도 생긴다.  

 

규제 환경 측면에서 게임 산업은 아직 특정 국가의 인앱 결제 규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 등 이슈가 중심이지만,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의 데이터 보호와 이용자 행태 분석 관련 규제 논의도 확산되는 추세다. 글로벌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서버 로그와 플레이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밸런스 조정과 부정행위 대응에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처리 기준과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문제를 둘러싼 규제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TGA 후보 지명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넥슨 역시 각 지역 규제에 맞춘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강화가 필수 과제로 제기된다.  

 

넥슨 관계자는 회사가 신규 IP와 기존 IP를 아우르는 장기 관점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아크레이더스의 성과가 단기 흥행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간 서비스되는 글로벌 멀티플레이어 프랜차이즈로 성장할지가 향후 몇 년간 K게임의 위상을 좌우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장기 수익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K게임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를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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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아크레이더스#메이플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