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살해 뒤 1년간 김치냉장고에 유기”…군산 40대 남성에 무기징역 구형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숨겨둔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생전 피해자 명의로 수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데다, 사망 이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해 가족들을 속여 온 정황이 드러나며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11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백상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살인, 시체유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를 받는 40대 A씨에 대한 형량 논의가 진행됐다. 검찰은 A씨가 여자친구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고, 피해자 명의로 약 8800만 원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사용한 점 등을 근거로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피해자를 배신한 뒤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이후 시신을 유기해 범행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사망 이후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해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민 점을 볼 때,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양형 심리에서 “피고인은 되돌릴 수 없는 잘못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건이 계획적이라기보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을 참작해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구체적인 우발성의 경위와 A씨의 생활환경 등을 설명하며 재판부의 참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후진술에서 A씨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향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드려서 너무 죄송하다”며 “평생 잊지 않고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10월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범행 이후 B씨의 시신을 가방에 넣어 집 안에 있던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고, 약 1년 동안 이 상태로 유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B씨 명의로 약 8800만 원을 대출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정확한 대출 시점과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추가 심리가 이어질 예정이다.
B씨가 숨진 이후에도 A씨는 고인의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하며 B씨 가족과 연락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를 통해 일상 대화를 이어가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정황은 당시 피해자 가족이 실종 여부를 판단하는 데 혼선을 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 징후를 감지한 것은 피해자의 동생이었다. 동생은 언니가 메신저로만 답을 보내고, 통화 연결을 꺼리는 상황을 수상하게 여긴 뒤 2025년 9월 경찰에 실종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경찰이 B씨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하자, A씨는 당시 동거 중이던 또 다른 여성 C씨에게 전화를 대신 받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통화 과정에서 자신이 B씨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이를 계기로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시신 유기 방식, 재산범죄 관련 정황을 조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치냉장고에서 발견된 시신이 B씨로 확인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과 이후 장기간에 걸친 시신 은닉, 재산범죄가 결합된 중대 범죄로 사회적 비판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의 경제적·정서적 취약성이 교제 상대에게 악용되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의 극단적 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교제·동거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재산범죄에 대해 사법 당국이 보다 엄정한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 공판을 마치고 선고기일을 2026년 1월 29일로 지정했다. 향후 재판부가 살인과 사기, 시신유기 등 복합적인 범죄를 어떻게 평가하고 양형에 반영할지 주목된다. A씨의 최종 형량은 선고 공판에서 확정될 예정이며, 이후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