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생활 필수품인데 왜 막나”…5만명 넘은 국회 청원, 상임위로 간다
생활과 노동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국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막아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참한 인원이 5만명을 넘기며 국회 상임위 심사 단계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접수된 ‘새벽배송 금지 반대’ 국민동의청원은 동의 마감일을 앞둔 7일 오후 2시 37분 기준 5만4천99명의 찬성을 기록했다. 국회 청원 시스템상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 동의가 모이면 해당 안건은 자동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안건으로 다루게 된다.

청원을 올린 인물은 자신을 맞벌이 가정 주부라고 소개했다. 그는 청원문에서 “저녁 늦게 귀가하는 맞벌이 부모에게 새벽 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무작정 금지하는 것은 더 큰 불편과 사회적 갈등을 가져올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새벽배송이 육아와 가사, 야간근무가 겹치는 가정에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의 배경에는 심야노동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택배·물류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심야·새벽 근무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친다며 제도적 제한 필요성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국회 일각과 정부 부처에서도 새벽배송 시간 규제나 단계적 축소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생활 부담 가중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청원인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퇴근 후 장보기와 육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가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원에 빠르게 동의가 몰린 배경에는 이 같은 생활 밀착형 불편에 대한 공감대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회 소관 상임위에 안건이 공식 회부되면, 상임위원들은 새벽배송 규제 논의 과정에서 노동조건 개선과 국민 생활 편익 사이의 균형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택배·물류 노동자의 근로시간과 처우 개선 방안을 놓고는 공감대를 형성하되, 서비스 전면 중단이 아닌 개선·보완책 중심의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노동계와 소비자단체, 유통업계는 상임위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유통업계는 서비스 축소 시 매출 감소와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고, 노동계는 근본적인 노동강도 완화와 인력 확충이 전제되지 않은 채 규제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국회는 청원 접수 요건을 충족한 만큼 조만간 상임위원회를 통해 ‘새벽배송 금지 반대’ 청원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새벽배송 규제 논쟁을 계기로 노동권 보호와 생활 편의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