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전면 복원 궤도 올릴 것”…이재명, 6년 만의 방중으로 평화공존 구상 시험대
미중 갈등과 북중러 밀착 구도가 겹치는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시 맞붙었다. 한중관계의 해빙 흐름을 굳히고 이재명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에 중국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정국의 외교 변수를 가를 고비로 떠올랐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해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 회담 이후 두 달 만이다. 한국 대통령의 방중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12월 중국을 찾은 이후 6년여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연쇄 국빈외교는 경주 회담에서 복원된 한중관계를 본격적인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절차로 평가된다. 앞서 시 주석의 경주 방문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의 방한이었다. 취임 7개월 만에 중국 정상의 국빈 방한과 한국 정상의 국빈 방중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양국이 관계 개선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축으로 삼되,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는 국익중심 실용외교 노선을 내세워 왔다. 실제로 경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경제협력을 전면에 내세워 공감대를 키웠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방중도 이 연장선에서 경제 분야 중심의 관계 복원 흐름을 굳히는 데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특히 양국은 수출·투자·공급망을 아우르는 협력 채널을 재정비하는 한편, 콘텐츠·문화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중국 내 K팝 공연 재개가 거론되면서 한한령 완화 움직임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중 경제협력이 재가동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과 관광·문화 산업 전반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방중의 진짜 시험대는 안보·대북 의제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외교·안보 구상의 핵심으로 내세워 왔다. 이 대통령이 베이징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명시적 지지나 우호적 메시지를 이끌어낼 경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작업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경주 회담을 통해 한중관계 복원의 출발선을 마련했다면, 베이징 회담에선 한반도 정세 관리에 관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특히 유엔 제재 틀 안에서 북한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해선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필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한중관계 정상화를 토대로 내년에 본격적인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베이징 회담의 성과가 향후 일정을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주변 정세는 낙관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중관계의 구조적 제약 요인인 미중 갈등은 최근 정상 간 대화로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으로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중국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한국 외교 노선을 향한 근본적 의구심을 유지한 채 대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동시에 올해 들어 동북아에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맞서는 구도가 선명해졌다. 북러 정상회담과 군사협력 논의,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잇따르면서 진영 구분선이 더욱 굵어졌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지켜보는 시선, 반대로 중국이 인식하는 전략적 거리감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중 간 잠재 갈등 요인도 산적해 있다. 서해 구조물 문제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대기오염과 해양환경 악화 문제는 오랜 현안으로 남아 있다. 최근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인 점도 중국의 경계심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으로 거론된다. 베이징 회담 과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돌발 현안으로 부상하면, 경제·안보 협력 의제를 압도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한미·한일 공조와 한중 대화 채널을 병행 가동하는 총력외교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중 간 이견을 노출시키기보다는 공동이익과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춘 합의문 문안 마련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표현을 조정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베이징 회담 결과를 토대로 내년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 추진 로드맵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국회와 정치권도 한중관계 개선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경제 회복에 미칠 파급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결과를 놓고 외교·안보 노선 전반에 대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커, 향후 정국 역시 외교 현안과 맞물려 요동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