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4,000선 턱걸이·코스닥 강보합…정치 불확실성 속 테마주만 들썩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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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오전 국내 증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준 완화 기대감이 뒤섞이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4,000선 턱걸이 수준으로 밀리며 지수는 부진하지만, 건설·신규 상장·바이오 등 개별 테마주로 매기가 집중되는 양극화 장세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정국 혼란이 외국인 수급을 제약하는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라고 진단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6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9포인트 내린 4,012.51을 기록했다. 장중 4,027.17까지 올랐다가 4,012.11까지 밀리며 4,000선을 위협받는 흐름이다. 수급을 보면 개인이 611억 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고, 외국인도 30억 원을 소폭 순매수 중이다. 반면 기관은 499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끄는 모습이다. 반대로 코스닥 지수는 1.12포인트 오른 930.93으로 강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장중 933.06까지 상승한 뒤 929.95까지 되밀리는 등 변동성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369억 원, 기관이 307억 원을 각각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이 676억 원을 순매수하며 양매도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표] 12월 5일 증시 시황
[표] 12월 5일 증시 시황

시장 전반으로는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 수를 크게 웃도는 전형적인 약세 속 선택적인 종목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상한가 종목은 코스피 1개, 코스닥 2개로 집계되며, 지수보다는 개별 재료에 따라 수급이 급격히 이동하는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정치 리스크와 통화정책 변화를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지수 방향성 베팅을 자제하고, 단기 이슈가 부각된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를 짓누른 핵심 변수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 혼란이다. 탄핵 정국과 맞물린 갈등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기업 펀더멘털보다 정치 뉴스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고착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커진 점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치 리스크가 재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재료로 작용해 밸류에이션 상단을 누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대외 환경에서는 완화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3년 반 동안 이어온 양적 긴축을 종료하고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며 글로벌 유동성 공급 확대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간밤 뉴욕증시는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음에도,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혼조세로 마감하며 숨 고르기를 택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이러한 미국발 완화 기대가 급락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가운데, 정치 변수와 맞물려 박스권 내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종별로 보면 디스플레이패널 업종이 5.47% 급등하며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대형주의 기술적 반등과 업황 개선 기대가 겹치며 업종 전반이 탄력을 받는 구도다. 전자제품 업종도 3.07% 올라 뒤를 잇고 있고, 바이오주가 포함된 생물공학 업종 역시 1.90% 상승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대부분 업종은 보합권이나 약세권에 머물며 지수 반등 동력은 제한적이다. 정치 이슈와 연계된 건설 중소형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바이오 섹터 역시 개별 호재가 있는 종목 위주로만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철저한 종목장으로 수급이 쏠리고 있다.

 

테마별로는 정치·사회 이슈 연동주와 모멘텀주가 강세를 주도한다. 낙태 및 피임 관련 테마는 4.77% 상승하며 수익률 상위를 기록했다. 현대약품과 알리코제약이 이 테마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건설 중소형 테마는 3.72% 올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상지건설 상한가와 일성건설 급등이 지수 기여도가 크다. 2025년 하반기 신규 상장 관련 테마도 3.44% 상승했다. 오늘 상장한 엔에이치스팩32호와 최근 상장한 에임드바이오의 주가 급등이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조림사업 테마는 1.76% 상승하며 동신건설과 무림P&P가 수급을 이끌고 있고, 기업인수목적회사 테마도 1.65% 오르며 엔에이치스팩32호와 삼성 스팩 관련주들이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탈모 치료, 캐릭터상품, 전자결제, 스테이블코인, 양자암호 및 양자컴퓨팅 관련 테마 역시 1%대 상승률로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상한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자릿수 급등 종목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씨케이솔루션은 22.66% 급등한 10,230원에 거래되며 상승률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낙태·피임 테마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약품은 전일 대비 720원 오른 4,615원으로 18.49% 상승했다. 건설 중소형 테마의 대표 종목인 일성건설도 18.43% 오른 2,230원을 기록하며 정치·사회 이슈와 연동된 흐름을 재확인시켰다. 우선주 강세도 뚜렷하다. 금강공업우는 12,210원으로 14.65% 상승했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우는 13.50% 오른 19,0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밖에 동양고속이 14.05% 상승했고, 가구 관련 종목인 에넥스도 11.14% 오르며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는 미국 성장주와 우주·원전 관련 상품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미국 항공우주와 첨단 기술주에 투자하는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는 7.11% 상승한 11,745원에 거래 중이다. 미국 혁신 기술주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SOL 미국넥스트테크TOP10액티브는 7.08% 오른 9,230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소형모듈원자로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KODEX 미국원자력SMR도 6.30% 상승하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 수혜 기대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이는 연준의 완화 신호에 따른 미국 성장 섹터 선호가 국내 ETF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닥에서는 신규 상장주와 이벤트 보유 종목들이 폭발적인 거래대금과 함께 급등세를 연출 중이다. 이날 가장 높은 관심을 모으는 종목은 엔에이치스팩32호다. 공모가 대비 147.25% 급등한 4,945원에 거래되며 스팩 신규 상장주 특유의 초기 랠리를 누리는 양상이다. 가격제한폭 30%를 적용받는 일반 종목 가운데서는 상지건설이 대표적이다. 상지건설은 전일 대비 2,950원 오른 12,790원으로 29.98% 상승하며 상한가에 안착했다. 바이오 기업 에임드바이오는 55,200원으로 25.45% 급등했고, 엘케이켐 역시 23.30% 오른 22,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은 19.78% 상승한 27,850원을 기록하며 정치·사회 이슈와 연동된 투기적 매매를 재확인시켰다.

 

콘텐츠·바이오·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강세다. 캐릭터 캐리로 알려진 캐리소프트는 15.92% 상승했고, 에스바이오메딕스는 9.98%, 에이비엘바이오는 9.20%, 큐로셀은 8.91% 오르며 바이오 업종 내에서 강한 수급을 이끌고 있다. 기획·매니지먼트사인 키이스트도 8.51% 상승하며 엔터테인먼트 섹터의 단기 강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성장주 선호가 다시 부각된 가운데, 코스닥 내 변동성이 큰 바이오·엔터주로 단기 자금이 이동하는 패턴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투자해 시장에서 이른바 이재명 ETF로 불리는 상품들은 약보합세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은 56,965원으로 0.32% 하락 중이며, KODEX 코스닥150은 15,970원으로 0.19% 내리고 있다. 배당 재투자형인 KODEX 200TR 역시 20,455원으로 0.29% 하락했다. 코스피가 0.40% 하락하고 코스닥이 보합권에 머무는 지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개별 테마주와 달리 대표 지수 ETF에는 관망 기조가 뚜렷한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계엄 정국 후폭풍과 탄핵 논의 등 정치 일정이 계속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정치 뉴스와 환율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연준의 양적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향후 정책 방향과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국내 증시의 중기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 주 예정된 FOMC 회의 결과와 국내 정치 리스크 완화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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