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약성 진통제 7천500억 기술수출”…아이엔테라퓨틱스, 니로다와 글로벌 임상·상업화 맞손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아이엔테라퓨틱스가 약 7천5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과 230억 원대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글로벌 진출과 재무 체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 기반 수출 모델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18일 독자 개발한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후보물질 아네라트리진에 대한 독점 기술이전 계약을 글로벌 통증 전문 개발사 니로다 테라퓨틱스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총 규모는 5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원화 기준 약 7천500억 원 규모다.
회사에 따르면 아이엔테라퓨틱스는 계약과 동시에 선수금을 수령했으며, 향후 18개월 안에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한 단계별 개발 성과에 따른 마일스톤과 향후 순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를 추가로 받을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급 일정과 조건은 비공개지만,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로 성과에 따라 기술료가 발생하는 구조다.
아네라트리진은 과도한 의존성과 남용 위험이 없는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로, 만성 통증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온채널 NaV1.7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이 특징이다. 회사는 기존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과 중독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통증 치료 옵션으로 잠재력을 보고 있다.
니로다 테라퓨틱스는 미국 벤처캐피털 파퓰레이션 헬스 파트너, 에프프라임 캐피털, 릴리 아시아 벤처스가 공동 설립한 통증 전문 개발사다. 이온채널 약물 개발 분야에서 수십 년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들로 팀이 구성돼 있으며, 통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이온채널 타깃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약으로 니로다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아네라트리진의 임상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독점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권리는 아이엔테라퓨틱스가 계속 보유하며, 회사가 진행 중인 한국 및 유럽 지역 임상 2상 프로그램은 니로다의 글로벌 개발 전략에 맞춰 재조정될 예정이다.
아이엔테라퓨틱스와 니로다는 통증 신호 전달 과정에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는 NaV1.7 억제제와 NaV1.8 억제제를 단일제제 또는 병용제제로 개발해 보다 넓은 적응증과 높은 통증 완화 효과를 겨냥하는 공동 개발 방향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온채널 타깃을 묶은 포트폴리오 전략이 향후 파이프라인 가치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기술수출 계약과 별도로 약 23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도 추가로 유치해 재무 안정성을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통해 후속 파이프라인의 임상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계약을 통해 회사의 독자 이온채널 플랫폼 VITVO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것으로 자평했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VITVO를 기반으로 난청과 뇌질환 등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하는 한편, 2027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덕 아이엔테라퓨틱스 대표는 “이번 계약은 당사 이온채널 플랫폼 기술의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쾌거”라며 “확보된 자금은 난청과 뇌질환 치료제 등 후속 파이프라인에 적극 재투자하고, 2027년 IPO를 목표로 자체 상업화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고위험·고비용 구조인 신약 직접 상업화 대신, 후보물질 단계에서 글로벌 전문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기술 수출이 여전히 유효한 성장 경로로 평가되고 있다. 향후 아이엔테라퓨틱스의 임상 성과와 추가 기술이전 사례가 국내 바이오텍 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