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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GLP-1 신흥강자 알레니글리프론…스트럭처, 2상 성공으로 비만약 구도 흔든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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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주사제 중심이던 글로벌 비만약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바이오텍 스트럭처 테라퓨틱스가 경구용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 알레니글리프론의 임상 2b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량 데이터를 확보하며, 일라이 릴리를 중심으로 한 먹는 비만약 양강 구도에 균열을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소분자 경구제 특유의 제조 효율과 비용 경쟁력이 맞물릴 경우, 비만 치료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8일 미국에서 알레니글리프론의 비만 및 과체중 환자 대상 ACCESS 2b상 결과를 공개했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비펩타이드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설계된 이 후보물질은 36주간 120밀리그램 용량을 투여했을 때 위약 대비 평균 11.3퍼센트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이상반응에 따른 치료 중단율도 10.4퍼센트 수준으로 보고돼, 주사형 GLP-1 계열 약물과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추가 탐색 연구인 ACCESSII에서는 더 높은 용량에서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240밀리그램 용량을 36주간 투여한 결과, 위약 대비 평균 체중 감소가 최대 15.3퍼센트까지 확대됐다. 통상 GLP-1 계열 약물에서 장기 투여 시 일정 시점 이후 체중 감소 추세가 둔화되거나 정체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이번 고용량 데이터에서는 36주 시점까지 뚜렷한 정체 구간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알레니글리프론은 펩타이드 기반 주사제와 달리 화학 합성이 가능한 저분자 구조를 채택했다. 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포만감을 높이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며, 인슐린 분비 조절을 통해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을 유도하는 기전은 기존 GLP-1 계열과 유사하다. 다만 분자량을 줄이고 경구 흡수를 고려해 설계된 비펩타이드 구조로, 위장관을 통과한 뒤 체내에서 안정적인 약물 농도를 형성하도록 한 점이 차별점이다. 스트럭처 측은 이런 설계가 용량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면서도 주사제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목표로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주사형 GLP-1 비만약이 이미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은 가운데, 경구 소분자 제형은 생산성과 비용 측면에서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펩타이드는 통상 세포 배양과 정제, 콜드체인 유통 등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다. 반면 소분자 경구제는 대량 합성이 가능해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유리하고, 상온 보관과 일반 알약 형태 포장이 가능해 유통 효율도 높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 방문과 주사 처치를 줄이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알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순응도 개선이 기대된다.  

 

이번 2b상 결과는 알레니글리프론의 후기 임상 진입에 직결되는 데이터로 평가된다.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내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에 2상 종료 후 논의를 위한 Type B 미팅을 요청해 3상 설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피험자 수와 용량 레지먼, 병용요법 여부 등이 FDA와의 협의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내년 중반 3상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체중 감소 곡선과 안전성 데이터를 근거로 120밀리그램과 240밀리그램 등 복수 용량을 비교하는 3상 시나리오도 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일라이 릴리를 중심으로 한 경구용 GLP-1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일라이 릴리의 저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 오포글리프론은 3상 임상을 마치고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지난 8월 공개된 ATTAIN-2 3상 결과에서 72주차 최고 용량 36밀리그램 기준 평균 10.5퍼센트 체중 감소를 보여, 주사형 대비 다소 낮지만 경구제로는 의미 있는 감량 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알레니글리프론은 더 짧은 36주 기간에 11퍼센트대, 탐색적 고용량에서 15퍼센트대 감량을 제시하며 효과 지표에서 정면 승부를 예고한 셈이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후발주자지만, 차별화된 용량 전략과 체중 감소 정체기 지연 여부가 향후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레이먼드 스티븐스 스트럭처 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는 고용량에서 36주차까지 정체기 없이 관찰된 체중 감량 데이터는 경구용 저분자 GLP-1 계열 치료제 중 동급 최고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발표 직후 회사 주가가 100퍼센트 이상 급등한 것도 시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규제와 장기 안전성 검증은 여전히 넘어야 할 관문이다. GLP-1 계열 약물 전반에서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이 빈번하게 보고돼 왔고, 췌장염이나 담낭 질환 위험과의 연관성도 꾸준히 모니터링되고 있다. FDA가 3상 진입을 허용하더라도 더 긴 추적 기간과 대규모 포괄적 안전성 평가를 요구할 수 있다. 비만 치료 목적의 만성 장기 복용을 전제로 할 경우, 심혈관 사건, 암 발생률, 정신 건강 영향 등 광범위한 지표를 검증해야 하는 만큼 허가까지의 시간표는 유동적이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소분자 GLP-1이 현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주사제 위주의 현재 시장이 경구제로 확대되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나 만성질환 동반 환자에서도 비만 치료 옵션이 넓어질 수 있어서다. 동시에 체중 관리 목적의 과도한 오남용, 보험 재정 부담, 장기 안전성 문제 등 새로운 숙제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약 시장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의 격전장이 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험 급여 확대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비용 효율성이 높은 경구 소분자 약물이 상용화될 경우 국가 재정과 산업 구조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는 스트럭처 테라퓨틱스와 일라이 릴리를 축으로 한 소분자 경구 비만약 경쟁이 향후 몇 년간 시장 판도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며, 알레니글리프론의 3상 진입과 허가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술과 안전성, 가격과 제도가 맞물리는 경주 속에서 어떤 플랫폼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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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럭처테라퓨틱스#알레니글리프론#오포글리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