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뢰성 인증 받은 KT LLM…국산 생성형 경쟁 구도 흔들까
생성형 인공지능의 핵심인 거대언어모델을 둘러싼 경쟁이 신뢰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에서, 국내 통신사가 자체 개발 모델로 제도권 인증을 확보했다. KT가 개발한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신뢰성 검증을 통과하면서, 국내 LLM 시장에서 기술 성능뿐 아니라 위험관리와 거버넌스 역량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공공 조달과 기업 도입에서 AI 인증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KT의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 믿음 K 2점0 베이스에 대해 LLM 대상 인공지능 신뢰성 인증 CAT를 부여했다고 23일 밝혔다. CAT는 TTA가 운영하는 민간 자율 AI 신뢰성 인증으로, 국내에서 대규모 언어모델을 대상으로 부여된 첫 사례다. TTA는 2025년부터 국제표준 ISO IEC 23894 AI 위험관리, 42001 AI 경영시스템, 38507 AI 거버넌스에 연계한 체계를 본격 운영 중이며, 이번 인증에서도 해당 표준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인증 대상인 믿음 K 2점0 베이스는 115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한국어 특화 오픈소스 LLM이다. 대규모 한국어 코퍼스를 학습해 분류, 질의응답, 요약, 생성, 변환 등 범용 자연어 처리 과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한국 사회의 언어 습관과 문화, 정서를 반영한 데이터 구성으로, 해외 빅테크 중심 영어 기반 모델 대비 국내 서비스에 적합한 응답 품질을 지향한다. 해당 모델은 오픈소스 형태로 허깅페이스 플랫폼에 게시돼 개발자와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TTA는 ISO IEC 23894를 기준으로 KT가 믿음 K 2점0 베이스의 개발과 운영 과정에 적용한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를 집중 검증했다. 심사 항목은 책무성, AI 전문성 확보, 훈련 및 시험 데이터의 품질과 가용성, 환경 영향 관리, 공정성, 유지보수성, 개인정보보호, 강건성, 안전성, 보안성,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등 AI 리스크 관리의 핵심 영역 전반을 포괄한다. 단순 성능지표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관리체계와 프로세스 실행 수준까지 살펴본 점이 특징이다.
KT는 모델 수명주기 전 단계에 걸친 내부 AI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모델 기획과 개발, 학습, 검증, 배포, 운영에 이르는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을 식별하고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했고, 각 단계에서 도출된 평가 결과와 리스크 분석을 경영진에게 보고해 최종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TTA는 인증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 필터링 로직과 기준, 레드티밍을 통한 취약점 탐지와 보완 절차, 신뢰성 평가 벤치마크 비교 시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했다. 텍스트 편향과 유해 표현,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데이터 정제 수준과, 공격적 프롬프트에 대한 대응 안정성이 정량·정성 지표로 관리되는지 여부도 주요 확인 대상이었다.
이번 인증으로 KT는 자사 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신뢰성과 규범 준수 측면의 대외 신뢰도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공공기관과 금융, 의료, 통신 등 규제 강도가 높은 영역에서는 ISO 연계 인증 여부가 솔루션 도입의 전제 조건이 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 향후 B2B와 B2G 시장 공략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AI 규제와 신뢰성 프레임워크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EU AI 법을 통해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투명성, 데이터 관리, 리스크 평가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백악관 AI 행정명령을 계기로 각 산업별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한 민간 인증 사례가 등장하면서, 국내 LLM 개발사 간에도 안전성 벤치마크와 인증 확보 경쟁이 가속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과제는 인증 받은 모델을 실제 상용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일관된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는지다. 서비스 도메인에 따라 필요한 안전장치와 정책 설정이 달라질 수 있어, 기업 내부 AI 위원회와 데이터 윤리 심의 등 추가적인 조직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손승현 TTA 회장은 생성형 AI의 핵심인 LLM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기업의 책임 있는 AI 활용과 이용자의 불안 해소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인증을 통해 기업은 AI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용자는 보다 안심하고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KT의 사례를 기점으로 신뢰성 인증을 갖춘 LLM이 국내 AI 생태계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