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 전주기 체제 구축”…SK바이오팜, 전략 재편 속도
방사성의약품을 축으로 한 정밀의료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SK바이오팜이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신사업 기능을 전면 재정비하며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제약사는 최근 항체약물복합체와 더불어 방사성의약품을 차세대 성장 모달리티로 삼고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SK바이오팜의 개편을 신약과 신사업의 균형 성장을 위한 사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다.
SK바이오팜은 4일 2026년을 겨냥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전략 기능과 방사성의약품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핵심 기능을 전진 배치한 것이 골자다.

우선 기존 사업개발본부를 이끌어온 최윤정 본부장을 전략본부장에 선임하며 컨트롤타워 체제를 강화했다. 새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를 한데 묶어 의사결정의 일관성과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개발과 상업화, 글로벌 제휴 등 흩어져 있던 전략 기능을 통합해 신약과 신사업 간 자원 배분을 보다 정교하게 조정하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방사성의약품 RPT 본부 신설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암 조직이나 특정 표적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표적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겨냥하는 융합 기술이다.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종양에 높은 농도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정밀치료 옵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RPT 본부는 원료와 동위원소 확보, 파이프라인 발굴, 전임상 수행, 글로벌 사업 개발까지 방사성의약품 가치사슬 전 단계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설계됐다. 동위원소 생산 인프라와 규제 허들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조달과 연구, 사업개발을 한 축으로 묶어 실행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은 이를 통해 RPT 사업을 기존 중추신경계 신약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측면에서 방사성의약품은 글로벌 빅파마와 전문 기업이 잇따라 인수합병과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는 분야다. 암종별 맞춤 치료와 재발 환자 치료 옵션 확대 수요가 늘면서, 동위원소 생산과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바이오팜 입장에서는 기존 신약 개발 역량과 글로벌 상업화 경험을 방사성의약품 영역으로 확장해, 파이프라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방사성의약품은 이미 선점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 투자와 함께 대형 제약사의 포트폴리오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방사성의약품을 전주기 관점에서 전담하는 본부급 조직을 꾸린 사례는 많지 않은 만큼, SK바이오팜이 얼마나 빠르게 후보 물질을 확보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방사성의약품은 높은 기술 진입장벽 외에도 규제 체계가 복잡한 편이다. 각국의 의약품 심사당국 인허가와 더불어 방사선 안전 규제, 운송 규정 등 다층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이 RPT 본부에 글로벌 사업 개발 기능을 포함시킨 것은 초기 단계부터 규제와 상용화를 동시에 고려해 개발 전략을 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도 방사성의약품 관련 인허가 가이드라인과 안전관리 기준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기존 중추신경계 중심에서 다중 모달리티 기반의 글로벌 제약사로 체질을 바꾸려는 전환점으로 본다. 전략본부를 통한 포트폴리오 관리 체계 구축과 RPT 본부를 통한 신규 모달리티 진입이 맞물리면, 임상과 상업화 단계에서 선택과 집중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약과 신사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방사성의약품과 같은 미래 모달리티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시점에 SK바이오팜의 이번 전략 재편 효과가 본격적으로 검증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