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둔화에 빅테크 약세 겹쳤다”…미국 뉴욕증시 혼조, 글로벌 투자 심리 흔들
현지시각 기준 16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미국 노동시장 둔화 신호와 대형 기술주의 약세가 겹치며 주요 지수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증시에 연동된 글로벌 투자 자금과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연말 랠리 기대와 경기 둔화 우려가 맞부딪히는 국면을 보여준다.
현지시각 16일 오전 10시 36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02% 오른 48,426.93으로 강보합권을 유지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18% 내린 6,804.43,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0.23% 떨어진 23,004.85에 거래되고 있어, 성장주와 경기민감주의 온도 차가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6/1765896329648_667822795.jpg)
시장의 분위기를 가른 첫 번째 변수는 노동지표다. 찰스 슈왑(Charles Schwab)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6만 4,000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률은 4.6%로 올라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예상과 큰 괴리는 아니지만, 10월의 고용 급감 이후에도 노동시장이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찰스 슈왑의 쿠퍼 하워드(Cooper Howard) 채권 리서치 및 전략 이사는 “노동 시장이 둔화하고 있으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석했지만, 지표 발표 이후 달러와 미 국채 금리가 동반 하락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됐다.
두 번째 요인은 빅테크 중심의 매도 압력이다. 브로드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시가총액 상위 IT 종목들이 하락하며 나스닥 지수를 짓누르고 있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같은 날 발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12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진 점을 지적하며 “기업 활동 위축 신호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헬스케어와 유틸리티 등 방어적 성격의 섹터가 상승세를 보이며 S&P500의 낙폭을 다소 줄이고 있다.
글로벌 달러 흐름 약화에도 원화는 약세 압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9원 오른 1,473.7원을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달러 강세 흐름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한국 원화에는 지정학·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같은 조치는 신흥국 통화와 자산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주식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수익률은 최근의 변동성 확대 속에서 크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보관금액 집계 기준일인 12월 12일 기준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50종목 합계는 180조 7,446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 대비 약 3조 6,521억 원 감소했다. 미국 증시 방향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일부 차익 실현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테슬라가 가장 눈에 띈다. 12일 기준 테슬라 보관금액은 하루 만에 1조 812억 원 급증하며 42조 원을 돌파해 서학개미의 선호가 집중된 모습이다. 그러나 16일 장초 기준 테슬라 주가는 1.55% 하락한 467.95달러를 기록해, 저가 매수 또는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 상당수가 단기 손실 구간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CNBC는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지만, 호재성 뉴스에도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재 발표 이후 차익 실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에 대한 대응은 상반된 흐름이다. 12일 하루 동안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를 7,360억 원 규모로 순매도하며 대규모 차익 실현과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장초반 엔비디아 주가는 0.66% 하락한 175.14달러에 거래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매도 전략이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H200 AI 칩 생산 능력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AI 수요의 견조함을 시사했음에도, 전체 반도체 섹터 약세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업체 아이온큐(IonQ)는 변동성 위험을 상징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서학개미는 12일 기준 아이온큐를 2,428억 원 순매도하며 비중을 줄였지만, 16일 장초반 주가는 6.12% 급등한 48.89달러를 기록 중이다. 단기간의 급락과 급등이 반복되는 종목 특성상 시점 선택이 수익률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도체 지수의 일일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SOXL)’는 12일 기준 보관금액이 9,925억 원 줄어들었지만, 16일 장초에도 0.12% 추가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를 1.5배 추종하는 ‘TSLL’ ETF에는 2,428억 원 규모 자금이 유입됐음에도, 본주 테슬라의 약세 탓에 2.6% 급락해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손실 확대 위험을 재확인시켰다. 시장에서는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비중을 키우는 전략이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내 개별 종목 이슈도 지수에 세부적인 영향을 더하고 있다. 포드(Ford)는 사업 우선순위 조정과 전기차 투자 축소에 따른 비용 발생 가능성이 거론됐음에도 1.4% 상승 출발했다. 찰스 슈왑은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 기대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해석했다. 의류업체 갭(Gap)은 웰스파고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하면서 2% 넘게 오르고 있다.
핀테크 기업 페이팔(PayPal)은 자체 은행 설립 신청 소식이 전해지며 1.75% 상승했다. 반면, 클라우드 기반 업무 자동화 업체 서비스나우(ServiceNow)는 사이버보안 기업 아라미스(Aramis) 인수 논의가 알려지자 11% 가까이 급락했다. 인수 비용 부담과 시너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암호화폐 시장의 급변도 글로벌 자산 배분에 영향을 줬다. 비트코인 선물은 전일 5% 급락하며 8만 6,000달러 선을 하회한 뒤, 16일 오전 1.8% 반등했다. 비트코인의 급등락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등 관련 종목의 변동성을 키우는 동시에, 일부 자금이 암호화폐에서 금과 같은 실물 자산으로 이동하는 ‘로테이션’ 흐름을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금 가격은 달러 약세와 함께 상승세를 나타내는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 진전 기대를 반영하며 1.6% 하락, 배럴당 55달러 선까지 밀렸다.
현지 증권가에서는 11월 고용지표를 일시적 ‘노이즈’로 보면서도, 경기 둔화 우려가 실제 기업 실적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웰스파고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표 둔화가 경기 침체 우려로 비화할 경우 변동성이 한층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주 후반 발표 예정인 물가 지표와 나이키, 페덱스 등 소비·물류 대형주의 실적은 연말 이른바 ‘산타 랠리’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한국 투자자들의 최근 매매 패턴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속 ‘군중심리 효과’를 보여준다. 테슬라에 대한 대규모 순매수와 아이온큐에 대한 대량 매도가 서로 다른 성과를 낳은 점은, 단기 가격 변동에 휩쓸릴 경우 수익률 변동 폭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기술주와 레버리지 ETF 비중을 조절하고,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미국·글로벌 거시경제 흐름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와 정책 결정이 실제 시장 흐름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