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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AI 통합 출범…대화형 금융 플랫폼 경쟁 점화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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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이 인터넷은행의 핵심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송금과 상담, 금융 정보 검색을 하나의 대화창에서 처리하는 카카오뱅크 AI를 내놓으면서 디지털 지점을 AI로 대체하려는 흐름이 본격화됐다. 자연어 기반으로 사용자가 말하듯 입력하면, 은행 내부 여러 AI 기능을 분기해 연결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챗봇 수준을 넘어, 은행 앱 전체를 관통하는 AI 허브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향후 비대면 채널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15일 그동안 따로 운영하던 AI 검색, AI 금융 계산기, AI 이체, 상담 챗봇 등 대화형 서비스를 카카오뱅크 AI라는 단일 인터페이스로 통합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앱 홈 화면 상단과 하단 내비게이션에 전용 탭을 신설해 사용자가 언제든지 AI 대화창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파편화된 기능을 하나의 접점으로 모으면서, 고객 데이터와 상담 맥락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기술적으로는 LLM 라우터 구조를 도입한 점이 핵심이다. LLM 라우터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사용자의 문장을 해석해, 어떤 세부 AI 서비스로 보내야 할지 자동으로 분기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엄마에게 5000원 보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문장 속에서 수취인, 금액, 행위를 추출해 송금 의도로 분류한 뒤 AI 이체 기능을 호출한다. 반대로 적금 이자 얼마나 나와 같은 질문에는 검색·계산 기능을 엮어 적절한 안내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메뉴를 먼저 찾아 들어가야 했다면, 이제는 자연어 한 번으로 서비스 선택과 실행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상담 챗봇도 한 단계 진화했다. 내 정보 조회 기능이 새로 붙으면서, 단순 FAQ 수준을 넘어 개인별 계좌 정보, 자동이체 내역, 거래 출처 등 민감도가 높은 정보를 대화창 안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상담의 개인화 수준이 높아진 대신, 인증 절차와 접근 권한 관리, 세션 타임아웃 등 보안 설계가 뒷받침돼야 하는 영역이라 은행으로서는 내부 시스템 연동과 보안 정책 정교화가 필수적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UX 전략도 눈에 띈다. 앱 화면 상단에는 AI에게 물어보세요, 연말정산 일정 알려드려요 같은 문구를 띄워 고객이 궁금증을 AI와의 대화로 풀도록 유도했다. 하단 내비게이션에 AI 탭을 고정 배치한 것도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읽힌다. 앱 안에서 사용자가 이동할 수 있는 최단 경로에 AI를 둬, 단순 기능이 아니라 기본 이용 동선의 중심에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놓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AI 은행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시각적 정체성도 손봤다. 카카오뱅크는 확장하는 형태의 별 모양 안에 알파벳 I를 배치한 신규 로고 심볼을 공개했다. 회사는 이를 내가 중심이 되는 AI 개념으로 설명한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추천 엔진이 서빙하는 기능 자체보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고객 경험을 만들 것인지에 방점을 찍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출시 촉진을 위한 프로모션도 동반된다. 오는 17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카카오뱅크 AI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가운데 1만 명을 추첨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1만원권을 제공한다. 초기에는 AI 탭 이용률과 대화 전환율 같은 지표가 중요해지는 만큼, 은행은 이벤트를 활용해 사용 패턴을 확보하고, 어떤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지 데이터를 축적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서비스 로드맵은 모임, 장애인 고객 지원, 투자 영역으로 확장된다. 연내에는 모임통장과 AI를 결합한 AI 모임총무, 청각 장애인 고객이 상담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AI 수어상담이 예정돼 있다. AI 모임총무는 회비 납부 현황 관리, 정산 안내, 알림 기능 등을 자동화해 소규모 모임의 재무 관리 부담을 줄이는 역할이 예상된다. AI 수어상담은 영상 기반 수어 인식과 자동 응답, 또는 상담사 보조 기능을 활용해 금융 접근성이 낮았던 고객층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는 금융 상품 설명 요약, 상품 검색, 투자 정보 제공 등 정보성 서비스에 AI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복잡한 약관과 상품 구조를 요약해 보여주고, 고객 성향에 따른 상품 탐색을 돕는 기능이 담길 수 있다. 국내외에서 투자 자문형 AI 서비스의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보 제공과 자문 행위를 어떻게 구분할지, 금융 규제 당국과의 조율이 향후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금융권에서는 이미 챗봇과 간단한 추천 엔진을 넘어, 앱 전체를 하나의 대화형 프론트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빅테크와 핀테크를 중심으로 금융 슈퍼앱 안에 생성형 AI를 심어 상담, 자산 분석, 상품 추천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AI 출시는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인터넷은행이 LLM 기반 대화형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AI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일상 속 AI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실제 점포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규제와 보안 요구를 만족시키면서도 사용자의 편의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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