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1000% 급등"…천일고속, 터미널 개발 기대에 품절주 머니게임 우려
천일고속 주가가 최근 한 달 새 1,000% 넘게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 개발 기대와 유통 물량 품귀가 맞물리며 자산 가치 재평가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다만 운송 본업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극단적으로 얇은 유통 물량을 노린 투기적 거래가 집중되면서 개인 투자자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오후 장중 기준 천일고속은 전 거래일보다 2.37% 오른 42만 1,75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4일 3만 7,300원 수준이던 주가는 11월 19일부터 12월 3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10배 이상 뛰어 50만 원선을 위협했다. 한국거래소의 투자경고 및 투자위험종목 지정에 따른 거래정지와 재개가 반복되며 변동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5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천일고속[00065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5/1765772760376_402425706.jpg)
주가 폭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 개발 이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최고 60층 규모의 업무·상업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전협상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터미널 운영사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지분 16.67%를 보유한 천일고속이 개발 이익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남 요지에 자리한 약 2만 6,000평 부지의 개발 가치가 부각되면서 천일고속을 단순 여객운송사가 아닌 부동산 자산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논리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셈이다.
수급 구조는 전형적인 품절주 양상을 띠고 있다. 천일고속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85%를 웃돌아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유통 물량이 전체 상장주식 142만 9,220주의 약 14%, 20만 주 안팎에 그친다. 이처럼 유동 주식수가 적어 적은 거래대금으로도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기 쉬운 구조가 형성돼 있다. 외국인 보유율은 0.3%대에 불과하며, 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 창구가 매수·매도 상위를 채우는 등 개인 중심의 수급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급등세와 달리 펀더멘털은 부진하다. 천일고속의 2024년 매출은 약 447억 원 수준으로, 동종 운송·렌털 업계 상장사와 비교해 규모가 작다. 같은 시기 롯데렌탈의 매출은 7,580억 원, 쏘카는 1,118억 원으로 집계된다. 수익성 격차는 더 크다. 롯데렌탈이 8.5%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한 반면 천일고속은 -25.32%로 자본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럼에도 최근 급등으로 시가총액은 약 6,027억 원에 육박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406위 수준의 중형주 반열에 올라섰다.
실적 흐름을 보면 괴리는 더 두드러진다. 천일고속은 2022년 74억 원, 2023년 51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도 53억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2024년 당기순손실 전망치도 42억 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2022년 106%에서 2024년 279.81%까지 치솟아 재무 건전성 부담이 커졌다. 현재 PBR은 3.64배 수준이지만, 이는 적자 누적으로 자본총계가 감소한 효과가 반영된 수치라 실제 밸류에이션 판단 시 착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터미널 재개발 자체는 분명한 호재이지만 투자 타이밍을 둘러싼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사전협상 단계에서 실제 사업계획 확정, 인허가, 착공과 완공, 이후 분양·임대 수익이 발생해 배당이나 자본 이익 등 구체적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가가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 이익을 단기간에 상당 부분 선반영하며 오버슈팅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9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기록적인 랠리는 기업 가치 변화보다는 품절주 구조와 테마성 재개발 기대에 기반한 머니게임 양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급이 흩어지거나 재개발 관련 구체화된 재무 효과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주가가 펀더멘털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급격한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단기 전략 측면에서 천일고속은 합리적 가치평가를 적용하기 어려운 고위험 종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42만 원 안팎의 주가는 역사적 고점권에 위치한 데다, 일중 고가 48만 2,000원과 저가 38만 5,500원 사이를 오가는 극단적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5일 이동평균선이 단기 지지선 역할을 하는 모습이지만, 유통 물량이 얇아 호가 공백이 크기 때문에 손절·익절 전략이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보유 투자자의 경우 단기 급락 시 손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목표가와 손절가를 명확히 설정해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반면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손실 위험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중장기 관점에서도 터미널 개발 계획의 구체적인 사업 구조와 수익 배분 구조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현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경계가 필요하다. 천일고속은 현재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로, 거래소가 추가적인 매매거래 정지나 단기과열 완화 조치를 시행할 경우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 품절주는 상승 구간에서 매물이 부족해 급등세가 이어지지만, 하락 전환 시 매수세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호가가 텅 비는 거래절벽이 나타나기 쉽다. 이 경우 투자자가 매도 주문을 내도 체결이 이뤄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터미널 재개발 기대와 같은 장기 호재와 단기 수급에 따른 급등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개발 계획의 진행 경과, 재무 구조 변화, 실적 개선 여부 등 기초 체력 지표를 꾸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당국과 시장에서는 향후 추가 공시와 사업 진행 상황, 투자위험종목 지정 유지 여부 등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