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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자르는 미용실 옵션 확산…플랫폼 예약 UX 변화 주목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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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선호와 개인화 수요가 미용실 서비스 경험까지 바꾸고 있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산된 조용히 가기 옵션이 오프라인 뷰티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IT 기반 예약 플랫폼과 고객 경험 설계 전반에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용자는 시술 방식뿐 아니라 대화 강도까지 사전에 선택하며, 플랫폼 화면에서 자신의 소통 성향을 데이터로 남기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향후 미용실 예약 시스템과 O2O 서비스 플랫폼의 사용자 경험 경쟁에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근 한 미용실의 온라인 예약 화면에는 시술 중 대화 여부를 선택하는 항목이 추가됐다.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이른바 조용히 자르기 옵션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는 시술 분위기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조용히 시술받기와 잔잔한 스몰토크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사실상 대화량을 고객이 사전에 설정하는 UX 기능이다.  

이 변화는 이미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에서 일반화된 조용히 가기 옵션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택시 플랫폼에서는 승객이 앱 내에서 대화 비선호를 미리 표시하면, 기사는 호출 수락 단계에서 이를 확인하고 운행 방식에 반영한다. 대화 여부가 서비스 품질의 일부로 데이터화되고, 운전자의 응대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되는 구조다. 미용실의 조용히 시술받기 선택지도 미용사에게 사전 정보를 제공해 상호작용 강도를 조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같은 데이터 흐름을 가진다.  

 

IT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옵션은 단순한 접객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의 개인화 알고리즘 입력값이 될 여지가 있다. 향후 예약 시스템이 축적된 고객 선택 데이터를 분석하면, 내향적 이용자 비율이 높은 시간대 파악, 특정 디자이너의 대화 스타일 선호도 분류, 시술 종류별 대화 선호 패턴 등을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추천 알고리즘과 매칭 시스템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는 정성 데이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옵션을 소개한 글 작성자는 남성 고객들 중에는 조용히 머리만 자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도입 배경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댓글에서는 내향적 성향의 이용자들이 미리 대화 여부를 지정할 수 있어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말 걸었다가 불편해할까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있어, 고객과 종사자 모두에게 의사소통 비용을 낮추는 장치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반면 대화를 선호하는 이용자층에서는 어색함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대화 없이 시술만 받으면 정적이 불편할 수 있고, 대화 선택을 강요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선택지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는 플랫폼 설계 단계에서 소통 강도 옵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배치할 것인지, 디폴트 값을 어떻게 둘 것인지가 사용자 경험에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한다.  

 

글로벌 서비스 시장에서는 고객의 소통 선호를 데이터화하는 시도가 이미 보편화되는 흐름이다. 차량 호출, 배달, 숙박 공유 플랫폼 등에서는 알레르기 정보나 소음 민감도, 체크인 방식 선호처럼 정서적·환경적 선호를 태그 형태로 지정하는 기능이 확산되고 있다. 미용실과 같은 오프라인 뷰티 서비스에까지 조용히 옵션이 등장한 것은, 국내 O2O 서비스에서도 감정 노동과 상호작용 강도를 정량 데이터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개인화 기능이 확산되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화 비선호 여부는 민감 정보에 해당하지 않지만, 개인의 성향 프로파일링에 활용될 소지가 있다. 향후 예약 플랫폼 사업자가 이런 데이터를 광고 타기팅이나 외부 제휴에 사용할 경우 규제 논쟁이 불거질 수 있어, 초기에 활용 목적과 보관 기간을 투명하게 공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용히 옵션이 단기적으로는 고객 만족도와 종사자의 감정 노동 완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산업의 상호작용 방식과 데이터 기반 인력 관리 체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조용한 미용실 예약 같은 미세한 UX 변화가 향후 온오프라인 융합 서비스 경쟁에서 어떤 차별화 요소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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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조용히시술#조용히가기#서비스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