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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HA 복합 필러 밸피엔 임상 완료…휴메딕스, 에스테틱 경쟁 격화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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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과 히알루론산을 결합한 차세대 필러가 에스테틱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휴온스그룹 계열사 휴메딕스가 연어 유래 폴리뉴클레오티드나트륨과 고순도 히알루론산을 복합한 필러 밸피엔의 확증 임상을 마무리하며 상용화 단계로 진입했다. 필러와 스킨부스터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는 글로벌 미용 의료 시장에서 재생 성분과 볼륨 성분을 한 번에 공급하는 복합 필러는 제품 차별화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밸피엔이 국산 에스테틱 기술 경쟁의 새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휴메딕스는 19일 PNHA 복합 필러 밸피엔의 확증 임상 시험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은 2023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임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뒤 중앙대학교병원에서 눈꼬리 주름 개선이 필요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회사는 확보한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 상반기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같은 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제품을 선보인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확증 임상 단계까지 도달한 국산 PNHA 복합 필러는 아직 많지 않아, 허가 여부가 향후 시장 구도를 가름하는 변수로 거론된다.  

밸피엔의 핵심은 재생 기반 성분 PN과 볼륨·수분 유지에 강점을 가진 히알루론산을 하나의 제제로 결합했다는 점이다. PN은 연어 정소에서 추출한 디옥시리보핵산 계열 물질로, 인체 조직과 구조가 유사해 생체적합성이 높고 손상된 피부 조직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휴메딕스가 생체 고분자 응용 바이오 기술로 생산하는 고순도 히알루론산을 조합해 주름 부위의 볼륨 형성과 수분 유지 기능을 동시에 노렸다. 회사는 자체 무균화 기술을 적용해 주사제 제조 공정을 고도화했고, 국소 마취 성분 리도카인을 더해 시술 시 통증과 환자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기존 PN 단독 필러 대비 통증 부담을 감소시키면서, 시술 후 피부 재생 효과와 즉각적인 볼륨 개선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제품 포지셔닝이다.  

 

에스테틱 시장에서는 재생 중심 PN 제품과 즉각적인 볼륨을 제공하는 HA 필러가 개별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PN은 피부 탄력 개선과 섬유아세포 활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여 스킨부스터 영역에서 주목받았고, HA 필러는 볼과 턱, 눈가 주름 등에서 형태 교정을 목표로 사용돼왔다. 밸피엔과 같은 복합 필러는 시술 횟수를 줄이면서 복합적인 효과를 원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할 수 있어 병원과 클리닉 입장에서도 시술 설계의 선택지를 넓힌다. 특히 눈꼬리와 같이 피부가 얇고 민감한 부위에 대해 통증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러운 개선을 추구할 수 있어, 중장년층뿐 아니라 초기 노화 징후를 관리하고자 하는 30대 수요층까지 포섭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HA 필러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재생과 콜라겐 활성, 장기 지속성을 내세운 차세대 에스테틱 제품 경쟁이 진행 중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다양한 교차결합 방식과 입자 크기 조절 기술을 적용한 HA 필러가 출시되고 있고, PN, PDRN 등 핵산 계열 성분을 접목한 주사제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과 유럽, 중남미를 중심으로 스킨부스터·리쥬란 계열 제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복합 필러는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시장을 넓혀갈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메딕스 역시 기존 HA 기반 엘라비에, 스킨부스터 엘라비에 리투오로 국내 입지를 다져온 만큼, PNHA 복합 구조를 바탕으로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밸피엔은 현재 국내 임상과 허가 전략을 우선 추진하고 있지만, 개발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제품이다. 휴메딕스 강민종 대표는 밸피엔의 글로벌 시장 진입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이미 HA 엘라비에 필러를 수출 중인 중국과 남미 지역뿐 아니라 유럽 인증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CE 인증은 제품 안전성과 품질 시스템을 동시에 검증받아야 하는 만큼, 에스테틱 의료기기 수출 기업에게는 진입 장벽이자 신뢰도 지표로 작용한다. 특히 미용 의료 분야는 각국 규제 체계에 따라 분류와 허가 경로가 달라지는 만큼, 국내 식약처 허가를 기반으로 CE 인증까지 확보할 경우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생산 대응 전략도 병행된다. 휴메딕스는 밸피엔을 포함한 신제품 출시와 중장기 판매 확대에 맞춰 약 83억 원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PN과 HA 원료를 동시에 다루는 공정 특성상 무균 환경 관리, 배치 일관성, 품질 검사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어서 설비 투자와 공정 자동화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 안정 수급과 생산 캐파 확보는 해외 수출 계약 체결 시 납기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추후 파트너십 협상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에스테틱 업계에서는 밸피엔의 품목허가 시점과 시장 초기 반응이 향후 복합 필러 개발 경쟁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PN과 HA를 결합한 국산 제품이 확증 임상을 마친 사례가 늘어나면서, 타 기업들의 임상 설계나 성분 조합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PN과 HA를 한 번에 주입하는 복합 제형은 시술 효율성과 환자 편의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어 실제 현장 사용성이 높을 수 있다며, 허가 후 국내외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테틱 기술과 재생의학이 접점을 넓혀가는 가운데, PNHA 복합 필러와 같은 제품이 어디까지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어떤 수준의 안전성 정보를 요구받을지에 대한 규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용 목적이 주된 영역이지만, 재생과 조직 개입이 동반되는 만큼 장기 안전성 데이터, 부작용 관리, 시술 교육 기준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계는 밸피엔을 포함한 신제품군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국내·외 에스테틱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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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메딕스#밸피엔#엘라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