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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균 16종 1시간 진단…기계연, 전자동 통합시스템 공개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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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진단 기술이 급식시설과 식품제조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전자동 통합시스템은 음식 시료 채취부터 식중독균 핵산 분석, 결과 판독까지 한 장비에서 처리해 검사시간을 1시간대로 줄였다. 배양 방식과 고가 분석장비에 의존하던 기존 검사 프로세스를 대체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식품 안전 관리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기계연구원 진단센서연구실 연구팀은 식품 탈리와 핵산 전처리, 분자진단 공정을 하나의 장비에 통합한 식중독 진단용 현장형 고속 전자동 통합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에는 박찬용 선임연구원, 이동규 책임연구원, 우창하 박사후연구원이 참여했다. 장비는 식품 속 식중독균을 분리, 정제, 증폭, 검출하는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며, 식품의약안전처가 고시한 16종 식중독균을 동시 검출할 수 있다.

핵심은 고속 유체역학과 분자진단을 결합한 자동화 구조다. 장비 내부 고속 프로펠러 회전으로 형성되는 유체역학적 힘을 이용해 식품 조직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식중독균만 선택적으로 떼어내는 탈리 공정을 구현했다. 이후 다중 분리막을 활용한 진공 여과로 불순물을 신속히 제거해, 200밀리리터 이상 대용량 시료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소량 시료 중심 장비와 비교하면 현장 대량검사에 유리한 구조다.

 

정제된 핵산은 고속 제어 기반 분자진단 모듈에서 열주기 증폭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열 사이클 제어 효율을 높여 15분 이내에 증폭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두 가지 이상 형광 신호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전용 시약과 저비용 멀티형광센서를 결합해, 하나의 검사에서 16종 식중독균을 다중 분석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기존 단일 또는 소수 타깃만 분석하던 방식보다 병원체 스크리닝 폭을 넓힌 셈이다.

 

전통적인 식중독 검사표준법은 시료를 배양해 균을 확인하는 배양 기반 방식이어서 최소 2일, 길게는 1주일까지 소요됐다. 일부 현장에 분자진단 기술이 도입됐지만, 고가의 실험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해 급식소나 중소 식품업체 현장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기계연 시스템은 탈리, 전처리, 핵산 증폭, 결과 판독까지 모듈화해 완전 자동화함으로써, 현장 비전문 인력도 버튼 한 번으로 1시간 내 검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국내외 식품 안전 시장에서는 고속·고감도 현장형 진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대형 학교 급식, 산업체 구내식당, 대량생산 식품공장은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 피해와 리콜 비용, 브랜드 신뢰도 하락까지 겹치는 구조여서, 사전 차단용 고빈도 검사가 중요해졌다. 이번 기술은 대용량 시료를 빠르게 처리하고 주요 병원체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어, 이러한 수요에 맞춘 장비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식품용 분자진단 장비 경쟁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형 PCR 기반 현장 장비와 면역진단 키트가 보급되고 있으나, 다수의 식중독균을 한 번에 고감도로 분석하는 전자동 통합형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기술은 멀티형광센서와 다중 시약 조합으로 동시 진단 범위를 넓힌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 안전 규제 측면에서도 신속 진단 기술의 도입 여지는 크다. 각국 식품안전 당국은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역학조사를 위해 배양 기반 확인검사를 유지하면서도,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 영역에서는 분자 기반 고속 진단 장비 도입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중독균 분자진단 결과의 공적 활용 범위와 인증 기준이 정교하게 마련될 경우, 이번과 같은 통합 장비의 제도권 진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국기계연이 개발한 시스템은 두 곳의 실증 현장에서 네 가지 이상 식품군을 대상으로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다양한 식품 매트릭스에서 검출 민감도와 위양성·위음성 비율, 장비 내구성 등을 검증하는 단계로, 연구팀은 실용화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용화 시에는 식품제조 업체, 학교와 산업체 급식시설, 지방자치단체 식품검사소 등이 주요 수요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용 선임연구원은 현장 적용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이번 시스템은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식중독균을 검출하고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학교와 산업체 급식시설, 식품제조 현장, 지자체 식품검사소 등 다양한 현장에 도입될 경우 식중독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고 식품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 기술이 실제 검사 기준과 제도에 어떻게 접목될지 주시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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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식중독진단시스템#식품의약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