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 기능성 검증 강화…여명808, 효과 입증으로 재도약
술자리 문화가 일상화된 국내 시장에서 숙취해소 제품 경쟁이 인체 실증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이미지 마케팅을 넘어 실제 효능 데이터를 요구하는 규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업계 대표 제품들의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는 모습이다. 특히 한 차례 보완 요구를 받았던 여명808이 추가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숙취해소 효과를 입증하면서, 기능성 검증 강화 흐름의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숙취해소 제품 시장을 ‘임상 데이터 기반 경쟁’ 구도로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숙취해소 관련 표현을 사용해 표시·광고하는 28개 품목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 등 실증자료를 검토한 결과, 25개 품목에서 숙취해소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상은 상반기 실증 과정에서 자료가 미흡해 보완을 요구받은 4개 품목과, 올해 6월 기준 새롭게 숙취해소 제품으로 생산 또는 생산을 준비 중인 24개 품목이다.

숙취해소 관련 표현에는 술깨는, 술먹은 다음날과 같이 일반 소비자가 음주로 인한 증상이나 상태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된다. 식약처는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실제로 숙취 저감 효과가 있는지 인체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운용하고 있다.
이번 실증 과정에서 식약처는 인체적용시험 설계가 객관적인 절차와 방법을 따랐는지, 숙취 정도에 대한 설문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변화,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로, 분해가 지연될 경우 두통, 메스꺼움 등 숙취 증상이 심해진다. 식약처는 의학과 식품영양 분야 전문가와 함께 통계적 유의성, 시험 설계의 적절성 등을 검토해 자료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판단했다.
특히 상반기 발표 당시 실증 완료 품목에 포함되지 못했던 그래미의 여명808, 여명1004 천사의 행복과 광동제약의 광동男남진한헛개차茶는 이번에 보완자료를 제출해 숙취해소 효과를 인정받았다. 두 회사는 식약처가 요구한 추가 인체시험과 분석자료를 마련해 제출했고, 혈중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 분해와 숙취 자각 증상 개선 측면에서 유의한 차이를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랜 기간 숙취해소 시장을 이끌어온 대표 브랜드들이 규제 기준에 맞춘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신뢰 회복과 브랜드 재도약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실증자료가 객관성이나 타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케이에스하니 주당비책 음료와 환, 피지컬뉴트리 주상무 등 3개 품목은 내년부터 숙취해소 관련 표시와 광고가 금지된다. 또 조아제약 조아엉겅퀴골드, 미래생명자원 주당간편, 벨벳케어 술깨는땅콩, 케이지이 숙취엔, 한풍제약 한풍숙취엔플러스 등 5개 제품은 식약처의 보완 요구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이미 지난 9월부터 숙취해소 표시와 광고가 제한된 상태다. 데이터 제출 여부가 곧 시장 잔류와 퇴출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숙취해소 제품 시장은 기능성 음료와 건강기능식품, 일반 가공식품이 혼재된 구조로, 과거에는 원료 이미지나 광고 메시지에 의존한 마케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숙취해소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서는 사람 대상 시험에서 실제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환경이 굳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간 효능 격차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는 대신,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은 선택지에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에서도 숙취해소를 내세우는 제품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질병 치료나 예방을 암시하는 표현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기능성 주장을 뒷받침하는 임상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역시 인체적용시험 설계 기준과 통계적 검증 수준을 맞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축적이 숙취해소 제품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약처는 이번 실증 결과를 계기로 기능성 표시와 광고에 대한 관리 강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무분별한 기능성 문구 사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과장 광고를 줄여 유통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방향성이다. 앞으로도 실증 제도 운영 과정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숙취해소 표시나 광고를 내세운 제품에 대해 인체적용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실증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인체시험 설계와 데이터 분석 역량이 숙취해소 제품뿐 아니라 피로 회복, 체지방 감소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 전반의 경쟁력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당국의 검증 강화 흐름 속에서, 산업계가 과학적 근거와 책임 있는 마케팅을 얼마나 빠르게 정착시키느냐가 기능성 식품 시장의 지속 성장을 가를 분수령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