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 목적 입증 어렵다”…정유라 명예훼손 무혐의, 배현진 고발 불송치
정치권 갈등이 온라인 공간으로 번진 끝에 수사기관 판단으로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겨냥한 소셜미디어 글을 올렸다가 고발당한 정유라(현 이름 정유연) 씨에 대해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는 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정유라 씨 사건에 대해 지난달 중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증거 등을 토대로 비방할 목적 등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문제의 글 내용과 작성 경위, 맥락 등을 종합 검토했지만 법률이 정한 명예훼손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힘들었다는 취지다.
정유라 씨는 지난 5월 개인 SNS에 배현진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언급하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시 배 의원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했다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그를 폭행했던 인물이 다시 등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장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 게시 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도를 넘은 표현이라는 지적과 과도한 수사 의뢰라는 반론이 동시에 제기됐다.
글이 논란이 되자 배현진 의원은 SNS를 통해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놨다. 배 의원은 당시 "법과 금융으로 차분히 조치해 드리겠다"고 적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이후 보좌관을 통해 정유라 씨를 상대로 한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발장 접수 이후 사건은 남양주남부경찰서로 배당돼 정 씨에 대한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 절차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수사기관 판단은 배 의원의 문제 제기와 달랐다. 경찰은 글의 맥락과 표현 수위, 공인에 대한 비판 허용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서 핵심 쟁점인 비방 목적 인정 여부가 관건이 됐고, 여기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명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불송치 결정이 정치인과 공적 인물에 대한 온라인 비판 한계를 둘러싼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명예훼손 수사가 정치적 논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거친 표현을 제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다만 배현진 의원 측이 이의신청이나 재정신청 등 추가 법적 조치를 선택하지 않는 한, 정유라 씨에 대한 형사 절차는 사실상 종결된 셈이다. 정치권은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고발 남용 논란과 표현의 자유 범위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수사기관 역시 온라인 정치 표현 사건에서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