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별 지원 강화한 유한양행,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선정
제약바이오 산업의 인재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근로자의 생애주기별 복지와 일과 삶의 균형을 앞세운 인력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한양행이 정부와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2025년 일생활균형 우수기업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연구개발 중심 산업에서의 장기 고용 안정과 가족친화 제도가 글로벌 경쟁력의 일부로 인식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복지·노동 정책 경쟁을 촉진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한양행은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5년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공동 주최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한다. 제도 도입 2년 차로, 근로자의 일과 생활 균형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을 발굴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산업 전반으로 워라밸 문화를 확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일생활균형 우수기업에게는 근로감독 일부 면제, 금융권 금리 우대, 국세·관세 조사 유예, 출입국 심사 우대 등 행정·재정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임상, 수출 업무가 많은 만큼 이러한 규제·행정 부담 완화가 경영 효율성 제고에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고급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연구개발 직군의 경우, 공적 인증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적지 않은 포인트로 거론된다.
유한양행이 이번에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핵심 배경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복지 패키지다. 회사는 유연근무제 장려, 출산 지원금 지급, 자녀 학자금 지원, 사내 어린이집 운영, 난임 휴가 제공 등 입사 초기부터 결혼·출산·자녀 교육 단계까지 이어지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자녀 학자금의 경우 자녀 수 제한 없이 전액 실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해, 장기 재직자와 다자녀 가정의 부담을 동시에 줄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2023년 8월부터 시행한 출산 지원 제도는 업계에서도 파격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임직원이 자녀 1명을 출산하면 1000만원, 쌍둥이 출산 시에는 2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저출산이 장기 구조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표 기업이 현금성 출산 지원을 대폭 확대한 것은 산업 전반의 인구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도 상징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난임 휴가 제도 역시 임신 준비 단계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생애주기별 복지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연근무제와 사내 어린이집 운영 등은 연구개발과 생산, 영업 조직이 혼재된 제약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로 평가된다. 유연근무제는 특히 연구·개발 직군에서 프로젝트 일정에 맞춘 자율적 시간 관리에 활용되고, 사내 어린이집은 장시간 실험과 교대 근무가 불가피한 생산·품질관리 부서 구성원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일생활균형 제도가 단순한 복지 항목을 넘어 연구 효율과 품질 관리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점이다.
올해 창립 99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은 남녀고용평등, 가족친화, 워라밸 보장 등을 핵심 키워드로 한 복지 정책을 확대해 왔다고 설명한다. 장기간 축적된 브랜드 신뢰도와 안정적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인사·복지 정책에서도 장기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글로벌 톱50 제약기업 진입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우수 인재의 육성과 영입을 위해 차별화된 근무 환경 구축이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신약개발 프로젝트는 보통 10년 이상 장기 관점에서 진행되며, 연구 인력의 연속성과 조직 내 지식 축적이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도 가족친화 제도, 장기 인센티브, 유연근무 제도 등을 앞다퉈 도입해 왔다. 유한양행의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선정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인재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복지·조직문화 영역까지 전략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저출산 대응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목표로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인증, 가족친화 인증, 청년친화 강소기업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구 인력의 전문성이 높고 대체가 어려워, 이러한 제도와 연계한 인사 전략이 특히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반면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프로젝트 과밀, 규제 대응 부담 등으로 인해 제도가 현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벨 보장 등을 통해 근로 의욕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일과 가정, 생활의 균형과 양립을 위해 복리후생과 기업문화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계에서는 이번 선정이 인재 확보와 조직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지, 나아가 다른 기업들로의 확산을 촉발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