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투자 부담에 기술주 흔들”…미국 뉴욕증시, 오라클 쇼크에 나스닥 약세·다우는 사상 최고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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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마감된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바탕으로 주요 지수가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전통 산업과 금융주가 강세를 이끌며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지만, 오라클의 실망스러운 실적과 공격적 투자 계획이 AI(인공지능) 산업 전반의 수익성 우려를 자극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약세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과잉 투자 논란과 경기 연착륙 신호 사이에서 자금 방향을 재조정하는 모습이다.

 

현지시각 기준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6.26포인트(1.34%) 오른 48,704.01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14.31포인트(0.21%) 상승한 6,900.99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0.3포인트(0.26%) 떨어진 23,593.86으로 장을 마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프터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소재와 금융주가 장 후반 강한 매수세를 이끌며 지수 상승을 견인한 반면, 기술주와 통신주는 오라클 쇼크에 발목이 잡혔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시장 변동의 중심에는 미국 클라우드·데이터베이스 대기업 오라클이 있었다. 오라클은 2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 더해, 2026 회계연도 자본지출 계획을 기존 전망보다 150억 달러 늘린 500억 달러로 제시했다.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셈이지만, 투자자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과 중장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매도에 나섰다. 오라클 주가는 장중 한때 16% 넘게 폭락했고, 이는 AI와 클라우드 분야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오라클발 충격은 기술주 전반으로 번지며 섹터별 차별화 장세를 심화시켰다. 나스닥 상장 주요 기술주 가운데 엔비디아는 1.55% 하락해 180.93달러에 마감했고, 애플은 0.25% 내린 278.08달러를 기록했다. 전기차·자율주행 대표주인 테슬라도 1.02% 떨어진 446.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AI 반도체, 전기차, 플랫폼을 이끄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 다수가 약세를 보이며 성장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1.07% 오르고, 메타 플랫폼스는 0.4% 상승하는 등 일부 빅테크는 방어에 성공했다.

 

이 같은 기술주 조정 속에서 월마트, 유나이티드헬스그룹, 골드만삭스 등 전통적인 우량주와 경기 민감주가 강세를 타며 뚜렷한 순환매 장세가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성장주 비중을 일부 줄이는 대신, 실적 가시성이 높고 배당 매력이 있는 종목과 금융·산업재 섹터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트디즈니는 오픈AI에 대한 지분 투자 소식이 전해지며 2.42% 상승했고,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 기대감에 1.58% 오르는 등 개별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이어졌다.

 

거시 경제 지표는 금융시장의 금리·경기 기대를 재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 6천 건으로 시장 예상보다 많았고, 약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지표가 완만한 둔화를 보이면서 노동 시장 과열이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했고,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4.15%로 소폭 올라 금리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채권시장은 내년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점차 가격에 반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통화 완화 기대와 기술주의 조정이 맞물리면서, 증시는 ‘기술주 약세, 전통주 강세’라는 디커플링 양상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오라클 사태를 AI 투자 열풍에 제동을 거는 신호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수익 창출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적 부담과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한국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투자 행태는 미국 증시 변동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기준 12월 10일 현재 미국 주식 상위 50종목 보관금액 총액은 185조 682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 대비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미국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국내 개인들은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며 투자 비중을 늘리는 흐름이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11일 테슬라 주가는 하락했지만, 10일 기준 서학개미의 테슬라 보관금액은 하루 새 5,842억 원 늘어 41조 3,743억 원에 달했다. 조정 국면을 매수 기회로 보는 저가 매수 수요가 강하게 유입된 셈이다. 반면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1,118억 원 감소해 25조 6,361억 원으로 줄었다.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차익 실현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의 비중 조절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 테크는 서학개미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10일 기준 팔란티어 보관금액은 3,202억 원 증가하며 AI·데이터 분석 분야에 대한 장기 성장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반면 양자컴퓨팅 관련주 아이온큐는 보관금액이 3,233억 원 감소했지만, 11일 주가는 1.7% 오르는 등 보유 축소와 단기 주가 반등이 엇갈리는 모습도 관찰됐다. 종목별로 성장 스토리와 밸류에이션을 선별해 대응하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국제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와 AI·테크 섹터의 투자 사이클을 동시에 주시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계속되면서도, 오라클 사례처럼 단기간에 대규모 자본 지출이 수익성 논란을 부르는 장면이 반복될 경우 투자자들의 선호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종목 쪽으로 더 기울 수 있다. 동시에 노동 시장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는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싣고 있어, 전통 산업과 금융 섹터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미국 증시가 AI 관련 성장주와 전통 가치주 사이에서 순환매를 반복하는 가운데, 실적과 투자 효율성에 대한 검증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라클발 충격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 AI 투자 열풍 전반에 대한 구조적 재평가로 이어질지에 따라 글로벌 자금 흐름과 한국 서학개미의 투자 전략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연준의 추가 완화와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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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