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국 FDI 1위" 일본 겨냥한 투자 외교…여한구 "첨단 공급망 함께 가야"
한일 경제 협력의 이해득실을 둘러싼 셈법이 다시 맞부딪쳤다. 일본이 지난해 대(對)한국 외국인 직접투자 1위 국가로 올라선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가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공급망 협력과 첨단 산업 투자를 동시에 끌어내려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재팬클럽과 일본계 외국인투자기업 대표단과 간담회를 열고 한일 간 투자 및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마쓰우라 데쓰야 서울재팬클럽 이사장 겸 한국미쓰비시 사장을 비롯해 국내에 투자한 주요 일본 기업 대표, 일본무역진흥기구 한국사무소, 일본상공회의소 한국사무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의 대한국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은 61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로, 국가별 대한국 FDI 순위에서 일본이 1위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일본 자본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공급망 안정과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간담회에서 한국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규제와 노동 환경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전달했다. 이들은 매년 서울재팬클럽이 제출하는 한국투자 일본기업 건의사항 처리 상황을 점검해 줄 것을 요청했고, 개정 노조법 적용에 따른 부담, 외국기업인 입국 절차 간소화 필요성 등에 대해 한국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회의에서 한일이 처한 글로벌 통상 환경의 유사성을 강조하며 공조 필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조치 및 대미 투자, 중국의 수출통제, 유럽연합의 환경규제 등에서 한일은 유사한 글로벌 통상 환경에 놓여 있어 양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이 통상 규범과 산업 정책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중견 무역국인 한국과 일본이 대응 전략을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여 본부장은 특히 일본의 대한국 투자를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 전략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일본의 한국 투자가 양국 간 공급망 강화로 연결되도록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신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초 제출 예정인 서울재팬클럽의 일본기업 건의 사항을 관계부처와 적극 검토해 일본 투자기업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혀,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 논의가 후속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같은 날 일본 현지에서도 투자 유치전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K-경제자유구역 데이 인 저팬 행사를 열고 일본 규슈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투자 매력과 비즈니스 환경을 소개했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준비한 이 행사는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내 생산거점과 연구개발 거점을 검토 중인 일본 기업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정부는 한일 관계가 정치·외교 현안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 온 만큼,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기반으로 한 실용 외교를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일본의 대한국 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일 통상 라인이 협력 의제를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느냐가 향후 경제 협력의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재팬클럽의 건의사항 검토와 후쿠오카 투자 설명회 후속 조치를 병행하면서, 첨단 산업 분야 합작 투자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가로 모색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한일 통상 협력의 성과를 내년 통상 현안 및 공급망 전략 수립 과정과 연계해 본격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