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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6개의 숫자”…로또는 이제 소소한 생활 의식이 됐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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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요일 밤이면 TV 앞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저 운 좋은 사람들 이야기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한 주를 마무리하는 일상의 작은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잠깐의 기대와 허탈함까지 포함해 로또는 생활의 한 장면이 됐다.

 

12월 13일 추첨한 제1202회 로또 6/45 당첨번호는 5, 12, 21, 33, 37, 40번이다. 보너스 번호는 7번이다. 동행복권은 당첨금 지급기한을 지급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로 두고 있다. 마지막 날이 휴일이면 다음 영업일까지 창구가 열려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당첨 여부는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지난 회차 당첨번호 조회와 당첨복권 판매점 조회 메뉴를 통해 간편히 확인할 수 있다.

제1202회 로또당첨번호
제1202회 로또당첨번호

로또 판매 시간은 평일에는 제한이 거의 없고, 추첨일인 토요일에는 오후 8시에 판매를 마감해 일요일 오전 6시까지 잠시 멈춘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 편의점과 복권방 앞에는 마감 직전까지 서둘러 번호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누군가는 휴대전화 사진첩에 쌓인 지난주 번호를 다시 꺼내 보며 “이번엔 다르게 골라야지”라고 중얼거리고, 누군가는 늘 쓰던 자동 선택을 또 한 번 눌러 버린다.

 

이런 열기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제1회부터 제1202회까지 누적 판매금액은 84조 9,621억 5,445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2조 4,810억 7,722만원이 당첨금으로 돌아갔다. 1등 당첨자만 10,030명, 2등 60,653명, 3등 2,290,709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누적 1등 지급금액은 20조 2,360억 2,195만원, 2등은 3조 3,718억 793만원, 3등은 3조 3,722억 2,247만원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내 차례’를 상상해 본 셈이다.

 

당첨금 규모도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평균 1등 당첨금액은 20억 1,754만원이다. 최고 1등 당첨금액은 407억 2,295만원까지 기록됐고, 가장 적었던 1등 당첨금도 4억 593만원이었다. 한 장에 담긴 가능성은 늘 숫자보다 크게 느껴진다. “한 번에 인생이 바뀌진 않겠지만, 통장에 20억이 찍힌 상상을 하면 피곤이 조금 가신다”는 직장인의 고백처럼 로또는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하는 상상 놀이가 되곤 한다.

 

관심은 추첨 그 자체를 넘어 번호 통계로 이어진다. 제1202회차까지 가장 많이 추첨된 번호 6개를 보면 12번과 34번이 각각 204회(2.42%)로 같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27번과 33번이 203회(2.41%), 13번이 201회(2.39%), 7번이 199회(2.37%)다. 그 뒤를 17번 199회(2.37%), 3번 198회(2.35%), 43번 197회(2.34%), 1번과 37번이 각각 196회(2.33%)로 따른다. 이 밖에 6번·20번 195회(2.32%), 38번 194회(2.31%), 4·24·26·40번이 193회(2.29%)를 기록했고, 16번 192회(2.28%), 14·31번 191회(2.27%), 18·45번 190회(2.26%), 21번 189회(2.25%) 등으로 이어진다.  

 

더 내려가면 11·35번 188회(2.23%), 15·19·39번 187회(2.22%), 2·30번 185회(2.20%), 10·36번 184회(2.19%), 44번 182회(2.16%), 8번 177회(2.10%), 5·42번 176회(2.09%), 28·32번 175회(2.08%), 25·29번 168회(2.00%), 23번 164회(1.95%), 41번 162회(1.93%), 22번 160회(1.90%), 9번 157회(1.87%) 순이다. 숫자 하나하나에 등장 횟수가 붙자 일부 마니아들은 자신만의 ‘최다 출현 조합’을 엑셀로 정리하기도 하고, 커뮤니티에서 “12와 34는 무조건 넣고 시작한다”는 글을 공유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습관을 ‘확률이 아닌 감정에 투자하는 소비’로 바라본다. 경제 심리 분야에서는 로또를 포함한 소액 복권 구매를 일종의 감정 비용으로 해석한다. 복권을 사는 순간부터 추첨 전까지 이어지는 기대감, 주변 사람과 나누는 가벼운 농담, 번호를 맞춰 보는 짧은 긴장감이 모두 포함된 패키지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주 1회 5천원으로 한 주를 버틸 이야기거리를 사는 셈”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당첨번호가 공개되는 주말 밤이면 “또 꿈에서만 1등 했다”, “그래도 다음 주 토요일이 있으니까” 같은 글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매주 같은 번호를 고수하며 “언젠가 나를 알아봐 줄 숫자들”이라고 표현하고, 누군가는 그 주의 날짜나 가족 생일을 조합해 나만의 ‘의미 있는 번호’를 만든다. 어차피 확률은 같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입힌 숫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이상한 애착이 생긴다.

 

로또 추첨 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35분, TV 프로그램 ‘생방송 행복드림 로또 6/45’를 통해 생중계된다. 번호가 하나씩 불릴 때마다 침묵과 탄식, 짧은 환호가 뒤섞인다. 대부분은 허탈한 웃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화면 속 공이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느낀다.  

 

사소한 선택이지만, 그 안에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작은 가능성을 향해 손을 뻗고, 그 기대를 주변 사람과 나누며 하루를 버틴다. 숫자는 매주 바뀌지만, 토요일 밤 잠깐의 설렘을 향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로또는 거창한 인생 역전이 아니라, 나를 지탱해 주는 소소한 꿈 한 조각을 사는 일일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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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동행복권#제120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