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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AI 플랫폼”…헌트릭스, 글로벌 버추얼 IP 각성

정유나 기자
입력

버추얼 아이돌과 K팝, 스트리밍 플랫폼이 결합한 IP 비즈니스가 글로벌 미디어의 조명을 받으면서 차세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를 장식하며, 국내외에서 가상 캐릭터 기반 IP를 둘러싼 AI 그래픽 파이프라인, 음원 추천 알고리즘, 실시간 팬데이터 분석 기술까지 통합한 융합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버추얼 휴먼과 K콘텐츠를 둘러싼 글로벌 IP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9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2025 올해의 돌파구로 선정하고, 12월 29일자 표지에 극 중 주역 캐릭터 루미·미라·조이를 전면 배치했다. IP의 실체인 헌트릭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스트리밍 기반 유통 구조, 고해상도 CG 파이프라인, AI 기반 로컬라이제이션과 자막·더빙 시스템 위에서 구현된 버추얼 걸그룹이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동시 공개를 전제로 멀티 언어 더빙, 국가별 콘텐츠 편성 데이터, 이용자 시청·완주 패턴 분석 결과가 반영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기술적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디지털 애니메이션 파이프라인 위에서 구현되며, 모션 캡처, 물리 기반 렌더링, 스타일 변환 등에 AI를 접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K팝 특유의 군무와 라이브 스테이지 구성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기 위해, 실제 안무 데이터와 가상 카메라 워크를 결합한 합성 기술이 활용된 점이 업계의 관심을 끈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제작을 넘어, 추후 버추얼 콘서트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 3차원 자산과 애니메이션 리그를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로 해석된다.

 

타임이 강조한 대표 OST Golden은 경쾌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곡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됐다. Golden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 24주 연속 진입했고 누적 스트리밍 800억 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음원 하나가 넷플릭스 VOD 트래픽, SNS 숏폼 클립, 팬아트 커뮤니티, 2차 창작 생태계까지 견인하는 IP 허브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음원·영상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플랫폼의 추천 모델 정교화, 타깃 광고 효율 향상, 후속 IP 기획을 위한 데이터 자산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여서, IT 업계에서는 Golden을 데이터 드리븐 콘텐츠 모델의 대표 사례로 본다.

 

음악 작업에 참여한 한국인 작곡가 이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완벽주의 문화 속에서 불완전함도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서사와 정체성이 강한 이 메시지는 단순 음원 소비를 넘어 팬덤 커뮤니티에서의 밈 생성, 자발적 번역과 리믹스, 2차 콘텐츠 생산을 촉발하는 핵심 서사로 작동한다. 이런 서사 중심 IP는 AI 기반 창작 지원 도구와 결합될 경우, 글로벌 팬이 직접 참여하는 협업형 제작 모델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임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 전통 식문화, 한의원, 대중목욕탕 등 생활 풍경을 정교하게 구현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배경 디자인과 문화 요소 구현을 위해 대량의 레퍼런스 이미지, 3차원 환경 모델링, 텍스처 생성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콘텐츠 그래픽 기술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K팝 프로듀서 테디와 린드그렌 등 글로벌 히트 메이커가 참여한 OST 라인업이 결합되면서, 음악 산업과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이 하나의 IP 허브를 형성하는 구조가 완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 헌트릭스의 활용 맥락은 단순 캐릭터 상품화를 넘어선다. 완성도 높은 3차원 캐릭터와 퍼포먼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추후 버추얼 콘서트, 인터랙티브 팬미팅, 실시간 스트리밍 공연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다른 버추얼 유튜버, 메타버스 아이돌 사례에서 보듯, 실시간 모션 캡처와 음성 합성, 실시간 번역 기술이 고도화되면, 국가별 팬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다국어 버추얼 스타 운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비교 차원에서 보면,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와 게임 기반 캐릭터 IP, 미국 빅테크가 구축한 메타버스 및 3차원 아바타 생태계 등도 유사한 경쟁 구도에 있다. 다만 헌트릭스 사례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 K팝이라는 음악 산업, 한국 생활 문화라는 로컬리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는 캐릭터를 중심에 둔 전통 IP 사업과 달리, 음원 성과와 OTT 시청 데이터가 동시 축적되는 데이터 중심 IP로, AI 추천 시스템과 광고 기술 발전에 유리한 구조를 제공한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버추얼 휴먼과 가상 아이돌이 본격 상용화될수록, 초상권과 저작권, AI 합성 콘텐츠 표시 의무, 딥페이크 악용 방지와 같은 이슈도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음성 합성과 얼굴 합성 기술이 결합할 경우, 캐릭터와 실제 인물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어, 각국 규제기관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콘텐츠진흥 관련 정책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규제, 아동·청소년 이용자 보호 규범이 버추얼 아이돌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헌트릭스를 계기로 K컬처 IP가 버추얼 휴먼, 메타버스, AI 창작 도구와 결합하는 흐름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 IP는 기술과 팬데이터, 서사를 동시에 축적하는 자산이라며, 타임의 올해의 돌파구 선정은 K콘텐츠 기업이 글로벌 테크·미디어와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헌트릭스 모델이 실제 버추얼 콘서트와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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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릭스#케데헌#타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