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에 문제 있으면 익명 문자 달라”…이재명, 공무원 향해 공정 인사 약속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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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논란과 공직 사회 불신이 맞물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한 인사를 거듭 강조하며 공무원 조직 달래기에 나섰다. 여권의 인사청탁 논란과 고위 공무원 면직 사태가 이어진 뒤라,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과 동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세종시에서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공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라며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인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권을 둘러싼 불신을 의식한 듯, 인사 절차 전반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현장에 참석한 공무원들을 향해 "인사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는 다들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익명으로 텔레그램 문자라도 보내달라. 곧바로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식 보고 라인뿐 아니라 익명 채널을 통한 문제 제기까지 열어두겠다고 밝힌 만큼, 인사와 관련된 내부 제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권 주변에서는 인사청탁 논란과 강형석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면직 사태 등이 잇따랐다. 그 여파로 공직 사회 전반에 인사 기준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면서 조직 기강을 다잡겠다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이 대통령은 공직 사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선을 그으면서도, 일부 일탈에 대해서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국민은 공직자들에 대해 '일 안 하겠지', '몰래 뭘 챙기겠지'라고 의심하는 경향이 있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뒤, "공직자 대다수가 사익을 도모하거나 게으르고 무능했다면 이 나라가 선망의 대상이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무원의 압도적 다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기 일을 잘한다. 그래서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다만 맑을수록 흙탕물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처럼 극히 소수가 연못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는 것인데, 이는 정말 소수"라고 밝혔다. 대다수 성실한 공무원과 극소수 비위 공직자를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정 방향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국 사회가 중대 분기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분수령에 서 있는 것 같다. 물방울이 왼쪽으로 떨어지면 동해로,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서해로 가는 지점이 있는데 그처럼 운명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향배가 공직 사회 운영과 정책 집행 방식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셈이다.

 

역사적 사례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조선시대 때 산천이 파괴되는 상황을 만든 것도 선조라는 왕이고, 빛나는 나라를 만든 정조 역시 똑같은 왕이다"라며 "나라가 흥하느냐 망하느냐는 공직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중 최고의 책임은 저 같은 사람에게 있다"고 덧붙이며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공무원들의 사명감과 책임 의식을 거듭 환기했다. 그는 "공직자 여러분에게 나라의 운명과 미래 세대의 삶이 달려있다는 생각을 갖고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인사 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여부에 대해 향후 관계 부처 논의를 통해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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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기획재정부#공무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