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CDMO 원스톱 구축…경보제약, 연구센터로 전주기 도전
항체약물접합체 ADC 기술이 국산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생산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경보제약이 전임상부터 상업화까지 ADC 의약품 전주기를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CDMO 공급망 구축에 나서며 시장 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임상용 시료 조달 의존도를 낮추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보제약은 최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전임상 연구용 ADC 시료 생산을 위한 ADC연구센터를 구축하고 개소식을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ADC 개발사와 바이오벤처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해 기술 협력과 CDMO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용인 ADC연구센터는 전용면적 약 885평 규모로 설계됐다. 전임상 시험에 필요한 원료의약품 DS부터 완제품 DP까지 한 시설 안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구성해, 전주기 ADC CDMO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경보제약은 내년 초부터 해당 센터에서 전임상용 ADC 시료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ADC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암세포 등 특정 표적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정밀 항암 플랫폼이다. 항체의 표적 선택성과 약물의 강력한 세포독성을 결합하는 만큼, 항체 생산, 링커 설계, 접합 공정, 제형화 등 전 단계에서 고도의 공정 기술과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경보제약은 ADC연구센터를 통해 이 전 과정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CDMO 역량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보제약은 이번 센터를 ADC 공정개발과 스케일업, 전임상 시료 제조를 위한 거점으로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후보물질의 접합 조건을 최적화하고, 파일럿 규모에서 공정을 검증한 뒤 고객사로 기술을 이전하는 일련의 서비스를 표준화해 ADC 플랫폼을 체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각 단계마다 다른 위탁생산 파트너를 찾아야 했던 단절을 줄이고, 기술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편차와 일정 지연 위험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이다.
DS 파일럿 생산설비는 일회용 방식과 다회용 방식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로 설계됐다. 일회용 방식은 공정 전환 속도가 빠르고 교차오염 위험이 낮아 초기 개발 단계와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하고, 다회용 방식은 장기적으로 생산비를 낮추는 장점을 가진다. 경보제약은 두 시스템을 병행해 다양한 고객사의 생산 전략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완제의약품 생산을 담당하는 DP 설비는 바이알 충전부터 동결건조에 이르는 전 공정을 밀폐형으로 운영하도록 설계됐다. 제조 과정 전반에서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무균성, 입자 관리, 작업자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ADC는 독성이 강한 약물을 포함하기 때문에 작업자 보호와 환경 안전 규정 충족이 핵심인데, 밀폐형 시스템은 이 요구를 충족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경보제약은 충남 아산에 약 855억 원을 투자해 ADC 대량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는 2027년 말부터는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전 단계에 투입할 ADC 시료와 상업화를 위한 완제품 생산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용인 ADC연구센터에서 전임상 시료를 공급하고, 아산 공장에서 임상 및 상업용 생산을 이어가는 구조로, 국내에서 ADC 개발 전주기를 처리하는 원스톱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이다.
현재 국내 ADC 개발사와 바이오벤처 상당수는 중국, 미국, 유럽 소재 CDMO에 의존해 임상용 시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 경우 기술 유출 우려, 의사소통과 품질 기준 차이, 물류 리드타임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발생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갈등과 각국의 수출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고부가가치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이 지정학적 변수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보제약은 국내에서 전임상부터 임상, 상업화까지 연계된 생산·공급망을 제공해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지를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DC를 차세대 항암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두고 대형 제약사와 CDMO 간 협력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CDMO들은 대형 항체 생산 설비와 고부가 완제 생산라인을 빠르게 확충하며 다국적 제약사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지만, 지역적 근접성과 가격 경쟁력, 빠른 의사결정 속도를 강점으로 삼아 아시아 지역 ADC 허브를 노리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만 ADC는 고가의 정밀의약품에 속해 보험 급여와 규제 허들이 높고, 생산 공정의 복잡성과 품질 규제 수준도 일반 항체치료제보다 엄격하다. 향후 경보제약이 아산 공장의 임상용 및 상업용 생산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규제기관의 GMP 기준을 충족하고, 글로벌 제약사 수준의 밸리데이션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는 ADC연구센터가 국내에서 전임상용 원료의약품부터 완제품까지 공급하는 유일한 ADC CDMO 시설이라고 강조하며, 아산 생산공장과 연계한 원스톱 공급망을 통해 국내 ADC 개발사와 바이오벤처들이 해외 생산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여 제약바이오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경보제약의 전주기 ADC CDMO 전략이 실제로 국내외 개발사의 수요를 끌어올지,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산 ADC 생산 거점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