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유린 재발 막기 위한 절차”…내란특검, 한동훈 증인신문 철회
정치적 책임 공방과 형사 책임 여부를 둘러싸고 내란 특별검사팀과 주요 정치인들이 다시 충돌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국회 계엄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신청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철회하면서 수사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1단독 전은진 판사는 5일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 기일을 진행하려 했으나, 한 전 대표가 출석하지 않아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앞서 지정된 네 차례의 기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법정에서 "증인은 수회 기일 동안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런 증인의 태도를 비춰보면 12월 14일까지로 예정된 특검의 수사 기간 내 증인이 출석해 증인신문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해 증인 한동훈에 대한 제1회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청구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그간의 송달 경과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검팀은 "지난 9월 12일 공판 전 증인신문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필요성을 인정해 총 다섯번의 증인 신문 기일이 지정됐다"며 "9월 12일부터 11월 11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증인에게 송달하려 한 증인 소환장은 모두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폐문부재는 송달받을 장소에 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특검팀은 증인 출석의 법적 의무를 거듭 상기시켰다. 특검팀은 "모든 국민은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할 법적 의무가 있고, 어떤 예외도 인정될 수 없다"며 "사법 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1년 전과 같은 헌법 유린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절차임을 증인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가 내란 및 계엄 관련 사안인 만큼, 특검은 증언 거부나 불출석을 단순 절차 문제가 아니라 헌정 질서 수호와 연결된 문제로 제기한 셈이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은 헌법상 긴급 권력 통제를 위한 핵심 수단인 만큼, 계엄해제 표결 방해 여부는 내란 관련 범죄 성립과 직결되는 쟁점이 된다.
특검팀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김용태 의원, 김희정 의원, 서범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를 상대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공판 전 증인신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 또는 특별검사가 범죄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알고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사람이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경우,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한해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특검팀은 일부 대상자에 대해선 절차를 정리했다. 특검팀은 김희정 의원, 김태호 의원, 김용태 의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이들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 청구를 철회했다. 참고인 조사를 통해 필요한 진술을 확보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참고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서범수 의원에 대해선 오는 8일 공판 전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특검팀이 앞서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조만간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힌 만큼, 수사 막바지 일정 조정 과정에서 서 의원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도 기일 전에 철회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치권에선 내란특검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당시 여권 핵심 인사들을 어디까지 겨냥할지, 또 법원이 증거 관계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향후 정국의 긴장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 수사와 기소가 마무리되면 국회는 관련 책임 규명과 제도 보완을 둘러싸고 다시 치열한 공방에 나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