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폭음이 부르는 대퇴골두 괴사…젊은 고관절도 무너진다
연말연시 과음 문화가 고관절 건강을 위협하는 보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숙취를 넘어 대퇴골두무혈성괴사 같은 고관절 파괴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퇴골두에 혈류 공급이 줄거나 끊기면 뼈가 안쪽부터 서서히 괴사하고 결국 관절 형태가 붕괴된다. 업계에서는 고령 사회에서 고관절 기능 유지가 삶의 질과 의료비 지출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조기 영상 진단과 생활 습관 관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고관절의 핵심 구조인 대퇴골두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처음에는 뼈 내부 미세 구조가 무너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겉모양까지 납작해지거나 깨지는 변형이 진행된다. 대퇴골두는 골반 관절면에 맞물려 체중을 지탱하고 상하체 움직임을 중계하는 부위라 손상 시 일상생활 장애가 크다.

질환이 악화되면 관절 표면이 거칠어지고 충격 흡수가 잘 되지 않아 걷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진다. 다리 길이가 짧아 보이거나 체중을 실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느낌이 나타날 수 있고, 양반다리처럼 고관절을 크게 굽히고 벌리는 자세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가 위험한 이유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통증이 없거나 미미해 발견이 지연되기 쉽다. 어느 날 갑자기 허벅지 안쪽이나 사타구니 깊숙한 부위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면서 병원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때는 이미 뼈 구조 손상이 진행돼 관절 보존 치료 옵션이 줄어든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고관절 퇴행성 관절염과도 양상이 다르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서서히 닳으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노년층에서 서서히 진행한다. 반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대퇴골두 내부에 혈액이 도달하지 못해 뼈 자체가 안쪽부터 죽어 나가는 병이다. 30대에서 50대 사이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생하며, 진행 속도도 더 빠르다.
위험 요인은 생활 습관과 약물 사용에 집중된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원장 겸 정형외과 전문의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가 여성보다 남성에서 훨씬 많이 발생한다며 특히 과도한 음주와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주사 사용을 대표적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이 겹치면 혈관 기능이 더 떨어져 젊은 나이에도 고관절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단순 근육통이나 허리 통증으로 오해하기 쉽다.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사타구니 깊숙이 쑤시는 통증, 걸을 때 절뚝거림,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 악화 등이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있어도 일반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초기 병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퇴골두 내부 미세 괴사는 방사선 사진으로 구분이 어려워, 음주·흡연·스테로이드 사용 등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이 갑작스러운 고관절 통증을 느낀다면 자기공명영상 검사가 사실상 필수 진단 도구로 꼽힌다.
영상의학 기술 발전으로 MRI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대퇴골두무혈성괴사 초기 단계 진단률은 예전보다 개선되는 추세다. 뼈 속 미세 부종과 괴사 범위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병기별 치료 전략 수립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MRI는 비용과 검사 접근성 문제로 1차 의료기관에서 적극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 치료 선택지는 훨씬 넓어진다. 대퇴골두가 외형상 무너지기 전 단계에서는 감압술과 같은 관절 보존 치료가 우선 고려된다. 감압술은 대퇴골두 내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뼈 안 압력을 낮추고, 새 혈관이 자라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수술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 뼈나 줄기세포가 포함된 이식재를 채워 뼈 재생을 돕는 방법도 연구·활용되고 있다.
반대로 이미 대퇴골두가 찌그러져 형태가 붕괴되고 관절면이 깨진 상태라면 보존적 치료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단계에서는 통증을 줄이고 보행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표준 치료로 권고된다. 최근 인공관절 소재와 설계 기술이 개선되면서 수명과 마모 저항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젊은 연령층에서는 재수술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진단이 최선의 전략으로 꼽힌다.
연말연시는 음주량이 급격히 늘고 장시간 좌식 자세와 과로, 스트레스, 미끄럼 사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관절 질환 위험이 커지는 시기다. 허 원장은 단 한 번의 술자리가 병을 바로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에게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반복적인 폭음과 고용량 스테로이드 사용력이 있는 30대 이상 남성이라면, 사타구니 깊은 통증이나 절뚝거림이 생길 경우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정형외과와 영상 검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고관절 파괴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위험 인자 관리가 향후 정형외과 분야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MRI를 포함한 영상 진단 기술의 정밀도와 접근성을 높이고, 생활 습관 교정 프로그램과 연계한 예방 중심 관리 체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연말 연초마다 반복되는 폭음 문화 속에서 고관절 질환 경고 신호가 얼마나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