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이 지향할 방향 고민해달라”…김민석·정청래, 민주당 청년위 행사서 나란히 특강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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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구도를 둘러싼 기류와 더불어민주당 내 세력 경쟁이 교차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행사장에서 청년 정치인을 상대로 연이어 강연에 나서며 시선을 모았다. 내년 8월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측이 청년 당원과 접점을 넓히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는 7일 인천 인스파이어볼룸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청년 정책 광장 및 제1회 전국청년위원장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행사는 비공개로 치러졌으며, 당 청년위원회와 전국 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 청년 지방 의원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해 민주당 청년 정책의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행사 첫 연사로 단상에 오른 김민석 총리는 청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국정설명회를 겸한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한미 관세협상 등 국정 과제와 정책 성과를 설명하면서 집권 여당이 가져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강연에서 청년 당원에게 민주당의 미래 진로를 함께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집권당인 민주당이 어떤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할 지 청년이 고민해달라. 당이 지향할 방향을 생각해달라”며 “정당의 언어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국정 운영의 성과를 설명하는 한편, 청년 정치인이 향후 당의 비전과 메시지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이어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정청래 대표는 정치 잘하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 참석자는 “정 대표가 본인의 정치 경험을 주로 전했다”며 “중간에 정치를 쉬었던 때의 얘기도 하면서 어떻게 유권자의 표를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조언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정치적 부침과 재기의 과정, 지역구 관리 방식, 소통 전략 등을 사례로 들며 청년 정치인의 실질적인 선거 전략과 정무 감각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은 사실상 당권 주자급 인사 두 명이 한 무대에 선 형국이었지만, 민감한 현안은 의도적으로 비켜간 분위기였다. 다른 참석자는 “지방선거나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 부결 등 당내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 룰이나 지도부 선출 룰 개편을 둘러싼 갈등을 피하면서, 청년 정치 교육과 당의 장기 비전 논의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행보를 차기 당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청래 대표의 경우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에서 우세한 상황이다. 여기에 김민석 총리 역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행보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총리는 이달 들어 전국을 돌며 일정을 소화하며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지난 2일부터 순회 국정 설명회를 열어 청년 인턴과 신규 공무원 등을 잇달아 만나 국정 철학과 청년 정책을 설명했다. 4일에는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를 방문했고, 5일에는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찾아 청년 식품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 민심과 청년층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청래 대표는 당 대표로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당내 최대 계파 지지 기반과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청년 당원 조직과의 접점을 놓고도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 측은 강연을 통해 실질적인 정치 노하우를 공유하며 당내 경험을 강조하고, 김 총리 측은 국정 운영의 성과를 매개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부각하는 구도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청년위원회의 이번 행사가 청년 정책 토론의 장을 넘어서 차기 당권 구도의 풍향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일정이 구체화될수록 청년 조직을 둘러싼 경쟁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청년 정치인의 발굴과 역할 확대를 당 혁신 과제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만큼, 향후 청년위원회와 전국 청년위원장 연석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당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 기준과 당헌·당규 개정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청년 정치인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추가 간담회와 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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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정청래#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