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선 지키며 약세”…오라클 쇼크 여파에 기술주 직격탄
12월 18일 국내 증시는 간밤 뉴욕 증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오라클 쇼크 여파로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일부 우선주와 생물공학, 신규 상장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업종·테마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18일 오전 9시 9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92포인트(1.28) 내린 4,004.60을 기록 중이다. 장중 코스피는 최고 4,010.54에서 최저 3,980.69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상승 종목은 85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782개로 집계된다.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2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607억 원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7억 원, 494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방을 방어하려는 흐름이다.
![[표] 12월 18일 증시 시황ⓒ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8/1766017277688_187989238.jpg)
코스닥 지수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9.68포인트(1.06) 하락한 901.37을 기록 중이다. 장중 902.48과 895.19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하락 종목이 1,336개에 달해 중소형주 위주의 투자 심리도 냉각된 분위기다. 수급을 보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2,646억 원을 순매수하는 반면 외국인은 2,219억 원을 순매도하고 있고, 기관은 122억 원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수 자체는 약세지만 개인의 저가 매수 유입과 함께 특정 테마주 중심의 수급 쏠림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번 하락장의 직접적 촉매로는 뉴욕 증시의 오라클 쇼크가 지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일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1 급락했다. 특히 오라클이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1기가와트 규모 대형 데이터 센터 사업과 관련해 핵심 투자자인 블루아울캐피털이 이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인공지능 설비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불안이 급속히 확산됐다. 블루아울캐피털은 대출 기관들이 엄격한 부채 조건을 요구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해 해당 프로젝트 지원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이러한 악재로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가 4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 넘게 급락했다고 전했다.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150bp 수준까지 치솟으며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해당 악재가 반도체와 AI 관련 대형주에 대한 매도 압력을 자극하며 지수 하락을 이끄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종별로 보면 생물공학 업종이 5.40 급등하며 약세장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시현하고 있다. 신규 상장주 호조와 더불어 제약·바이오 섹터 내 개별 호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가정용품 업종도 1.04 상승하며 지수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전기·전자와 반도체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업종들은 인공지능 수익성 논란 직격탄을 맞으며 약세다.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커진 IT 기술주에서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 내수주나 개별 모멘텀이 뚜렷한 업종으로 시선을 분산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과 AI 투자 피로감이 겹치면서 성장주 중심 랠리에 조정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테마별로는 유전자 치료제 및 분석 테마가 5.99 상승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날 신규 상장한 알지노믹스가 폭등세를 연출하는 가운데, 소마젠 등 관련 종목들도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신규 상장 테마도 5.51 오르며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는데,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급등이 지수 상승을 견인 중이다. 치매 테마는 에이비엘바이오 강세에 힘입어 4.34 상승했고, 백화점 테마도 한화갤러리아의 오름세에 따라 2.14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쓰이는 터치패널 테마는 베셀과 미래나노텍 선전에 힘입어 1.84 상승하고 있으며, 슈퍼박테리아 테마는 크레오에스지가 상한가에 진입하며 1.83 올랐다. 페인트 테마와 출산장려정책 테마 역시 각각 삼화페인트와 에르코스의 급등으로 1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수는 약세지만 정책 수혜 기대가 있거나 기술적 촉매가 있는 특정 테마로 자금이 몰리며 이른바 테마 장세가 강화되는 형태다.
개별 종목을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우선주 강세가 두드러진다. 한화갤러리아우는 전 거래일보다 815원(29.96) 오른 3,535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태영건설우도 3,350원(29.94) 급등한 14,540원으로 상한가에 도달했다. 두 종목 모두 장 초반부터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가격제한폭까지 직행했다. 동부건설우는 6,000원(17.75) 오른 39,800원에 거래되고 있고, 보통주인 한화갤러리아는 226원(15.66) 상승한 1,669원을 기록 중이다.
삼화페인트는 920원(15.08) 오른 7,020원에, 메타랩스는 265원(13.09) 상승한 2,2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자산주 성격이 강한 한국ANKOR유전은 24원(11.37) 오른 235원을 나타내고 있으며, 티엠씨는 1,610원(8.64) 오른 20,250원에 거래 중이다.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증권에서는 메리츠 블룸버그 2X 천연가스선물 ETN H B가 8.10,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이 7.56 상승하며 에너지 가격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자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신규 상장주와 개별 호재주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첫 거래일을 맞은 알지노믹스는 공모가 대비 67,500원(300.00) 오른 90,000원에 거래되며 시장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만 신규 상장 종목에 적용되는 개별 가격 변동폭 규정에 따라 상한가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크레오에스지는 166원(29.86) 상승한 722원에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르코스는 2,800원(20.80) 급등한 16,260원에 거래 중이며,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5,200원(19.15) 오른 32,350원으로 상장 초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셀은 197원(14.58) 상승한 1,548원을 기록하고 있고, 이노진 13.53, 아크릴 13.26, 드림씨아이에스 11.28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관련주인 중앙에너비스는 1,590원(10.44) 오른 16,820원에, TS트릴리온은 33원(9.71) 상승한 373원에 거래되며 개별 종목 장세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던 상장지수펀드 ETF들은 국내 대표주 부진과 궤를 같이하며 약세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은 56,865원으로 전일 대비 1.09 하락했고, 코스닥 우량주 150개로 구성된 KODEX 코스닥150은 1.31 내린 15,125원에 거래되고 있다. 배당 수익을 지수에 재투자하는 KODEX 200TR도 1.04 떨어진 20,420원을 기록 중이다. 인공지능 성장주를 둘러싼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수 연동형 상품 전반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최근 한 달여간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방향성 없는 매매가 반복되며 변동성을 키워왔다. 지난 9월 12일 외국인은 1조 6,237억 원을 순매수한 뒤 17일과 19일에는 각각 1조 8,022억 원, 1조 9,020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극단적 수급 변화를 연출했다. 기관도 9월 12일 70조 8,333억 원 규모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17일에는 43조 9,838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일관성 없는 포지셔닝이 나타났다. 이러한 과거의 수급 불안이 이번 오라클 쇼크와 맞물리며 변동성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는 미국 시장에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는 동안 전통 산업주와 가치주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가 점차 방어적 성향을 강화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안정적인 가치주와 개별 모멘텀을 가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한 선별 대응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국내 증시는 미국 통화정책 기조와 인공지능 투자 환경 변화, 글로벌 경기 지표 흐름에 따라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