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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동료가 된다…2026년 실험실·우주·의학 격변 예고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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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연구실과 우주, 의료 현장을 동시에 뒤흔드는 2026년이 다가오고 있다. 여러 대규모언어모델을 결합한 AI 에이전트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는 ‘동료 연구자’로 진화하고, 우주에서는 반세기 만에 유인 달 궤도 비행이 재개될 예정이다. 혈액 한 방울로 50여종 암을 조기 진단하는 임상과 희귀질환 아동을 겨냥한 크리스퍼 유전자 교정 치료도 분수령을 맞는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번 변곡점을 AI 중심 연구 패러다임과 심우주 탐사, 정밀의료 경쟁이 동시에 재편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2026년의 과학과 주요 이벤트를 정리한 전망을 내놓고, AI 과학자와 우주 탐사, 차세대 의학과 지구 내부 탐사를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연구기관이 같은 흐름을 겨냥한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올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구 현장에 뛰어드는 AI 에이전트다. 지금까지 AI는 논문 요약이나 데이터 정리, 질의응답처럼 인간 연구자의 보조 도구 역할에 머물렀다. 2026년에는 여러 종류의 대규모언어모델을 통합하고, 실험 제어 시스템과 직접 연동하는 방식으로 AI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 계획을 수립한 뒤 데이터를 분석하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당수 연구자들은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잘못 삭제하거나 실험 조건을 잘못 설정하는 등 치명적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실제로 자율 에이전트 실험에서는 로그와 원시 데이터를 손상시키는 사례가 반복 보고된 바 있다. 활용도 확대로 이어질 경우, 이런 결함이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올해 안에 AI가 주도해 도출한 최초의 중대한 과학적 진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규모 범용 모델보다 특정 논리 추론 과제에 특화된 소규모 전문 AI 모델이 주력으로 떠오른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들 모델은 화학 반응 경로 탐색이나 단백질 구조 안정성 예측 같은 수리·논리 문제에 최적화돼, 텍스트 생성보다 정량적 계산과 조합 탐색에 강점을 보인다. 후보 물질 탐색이나 새로운 재료 구조 설계 등에서 기존 방식보다 수배 빠른 탐색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부도 AI 코사이언티스트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바이오, 재료, 화학을 포함한 6대 전략 분야에서 AI를 연구 조력자를 넘어 동료 연구자로 활용하는 체계를 목표로 삼았다. 실험 설계 자동화 장비와 데이터 레이크, AI 모델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 연구자가 “가설 정의와 검증 기준 설정”에 집중하고 나머지 반복 작업은 AI가 담당하는 구조를 그리는 구상이다. 연구비 평가와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우주에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 한국이 동시에 존재감을 겨루는 해가 될 전망이다.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아르테미스2호 임무다. 수차례 연기 끝에 2026년 상반기 발사가 예정된 이 미션은 1972년 아폴로17호 이후 약 54년 만에 인류를 달 궤도로 보내는 도전이다. 4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오리온 우주선이 달 스윙바이 궤도로 진입해 약 열흘 동안 비행하게 되며, 성공 시 향후 달 착륙과 장기 기지 건설 계획의 현실성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가 된다.

 

중국은 8월 차세대 달 탐사선 창어7호 발사를 준비 중이다. 착륙 후보지는 물 얼음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달 남극 지역이다. 창어7호는 착륙선과 궤도선, 호핑식 탐사 로봇을 활용해 얼음 분포와 월진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화성의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겨냥한 화성 위성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포보스 표면 샘플을 채취해 2031년 지구로 귀환하는 초유의 임무에 도전한다. 성공 시 화성과 위성의 기원, 태양계 형성 초기 조건에 대한 이해가 한층 구체화될 수 있다.

 

한국은 우주항공청 출범과 함께 2026년을 심우주 탐사 로드맵 본격 이행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발사체 KSLV-III의 예비 설계와 엔진 개발이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위한 핵심 기술 검증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자체 개발 우주 방사선 측정 장비와 심우주 통신·항법 기술을 국제 협력 탐사선에 탑재해 성능을 입증하는 전략도 병행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달 착륙과 함께 소행성 탐사, 화성 근접 비행까지 염두에 둔 단계적 목표가 제시돼 있다.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인간 삶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도전이 준비됐다. 영국에서는 한 번의 혈액 채취로 50여종 암을 조기에 판별하는 검사의 대규모 임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 검사는 혈액 속 순환 종양 DNA 조각과 메틸화 패턴을 동시에 분석해 암 유무와 발생 부위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14만명 이상이 참여한 임상이 유의미한 민감도와 특이도를 입증할 경우, 암 치료의 초점이 말기 치료에서 사전 발견과 예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크리스퍼 기술은 임상 현장으로 발을 넓힌다. 특히 희귀 유전 질환을 앓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유전자 교정 치료 후보들이 실제 임상 단계에 들어서는 시점이다. 돌연변이로 인한 단일 유전자 질환의 경우, 환자 개별 변이에 맞춘 맞춤형 가이드 RNA와 교정 전략이 필요하다. 규제 당국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체내 편집 범위와 오프 타깃 효과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 소수 환자를 위한 초개인화 치료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지구 내부로 향한 공학적 도전도 속도를 높인다. 중국이 독자 설계한 대양 심부 시추선 멍샹호는 해양 지각을 뚫고 지구 맨틀에 이르는 약 11킬로미터 깊이까지 시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상부 지각을 넘어 맨틀에 직접 접근하는 시도는 지구 내부 열 흐름과 판 구조 운동의 원리를 규명하는 데 핵심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지진 발생 메커니즘과 장기 기후 변화의 지질학적 요인 분석에도 기여할 여지가 크다.

 

입자물리학계에서는 거대강입자가속기 LHC가 성능 개량을 위해 가동을 멈춘다. 3년간의 업그레이드 이후 등장할 고휘도 LHC는 같은 시간 동안 훨씬 더 많은 충돌 사건을 수집하도록 설계된다. 힉스 보손의 성질을 정밀 측정하고, 표준 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입자나 상호작용 흔적을 찾기 위한 데이터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 폭증에 대응하기 위한 AI 기반 분석 기술도 병행 발전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AI를 축으로 한 연구 자동화, 달과 화성으로의 재도전, 초정밀 암 진단과 유전자 교정, 지구 내부 탐사와 기본 물리 법칙 규명까지, 2026년 과학은 인간이 다루는 시간과 공간의 스케일을 동시에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는 이러한 시도가 실제 시장과 제도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 속도에 걸맞은 윤리·규제 논의가 따라갈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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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코사이언티스트#아르테미스2호#크리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