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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 도주 끝내려 했다"…삼부토건 이기훈 도운 코스닥 회장 구속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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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을 둘러싼 수사와 도피 공방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기훈 전 부회장의 55일 도주를 도운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회장 이 모씨가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구속되면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9일 언론에 알린 자료에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돼 집행됐다고 전했다. 법원은 이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를 구속 사유로 제시했다. 특검팀은 구체적인 영장 내용은 비공개로 유지하면서도, 범인도피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씨는 이기훈 전 부회장이 지난 7월 법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잠적할 당시 은신처로 이동하는 차량과 통신수단을 제공한 혐의, 즉 범인도피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인물 동향이 감지됐고, 통신 기록과 이동 경로 분석을 통해 도피 지원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히 이씨가 최근 해외 밀항을 준비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밀행성을 이유로 전날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때까지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도피 지원자까지 사라질 경우 사건 실체 규명이 심각하게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이기훈 전 부회장은 2023년 5월부터 6월 사이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이응근 전 대표 등과 함께 삼부토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해 약 369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 9월 26일 구속기소됐다. 사건은 코스닥 시장 왜곡과 대형 건설사 관련 주가조작 의혹이 맞물리며 정치권과 자본시장 전반에 파장을 낳았다.

 

이 전 부회장은 당초 7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곧바로 잠적했다. 이후 신병 확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도주 55일 만에 전라남도 목포에서 검거됐다. 당시 체포 지점과 동선, 은신처 제공자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특검 수사의 향배를 가르는 변수로도 거론됐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가 재차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자본시장 교란 행위와 도피 지원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며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반면 야권에서는 "대형 경제 사건 수사와 별개로 정치 쟁점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범인도피 혐의에 대한 구속이 이기훈 전 부회장의 도피 경위와 공범 관계를 추가로 규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피를 도운 자금 출처, 은신처 제공 배경, 코스닥 상장사와의 이해관계 등이 연쇄적으로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앞으로 이씨를 상대로 구체적 도피 지원 경위와 배후 연계 여부를 조사하고, 삼부토건 주가조작 수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속도와 향후 기소 대상 확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국회는 관련 자본시장 제도 개선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다시 다룰 계획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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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민중기특별검사팀#삼부토건